[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남북 관계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설연휴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산가족 상봉이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 각종 현안과 얽히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남북 간 전통적인 냉각기인 3월에 접어들면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으로 6만8264명의 이산가족 생존자 중 90세 이상이 8592명이고, 80대도 2만912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80대 이상이 약 55%를 차지한다. 이산가족 절반 이상이 80~90대의 초고령자들이다. 그만큼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가장 먼저 추진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타진하려 했지만, 남북 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설을 맞이해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겠다는 로드맵을 구상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선(先)대화를 원하는 우리 정부와, 전단 살포 금지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선(先)조치 후(後)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 차가 컸다.
일단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우리 정부, 선제조건을 해결해야 대화 진정성을 알 수 있다는 북한은 한 달 가까이 같은 말만 반복했고, 결국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설을 맞이하게 됐다.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주의적 차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적으로 열세인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고,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상봉을 통해 남한의 가족이 더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남한에 동경을 가질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상봉 확대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전 대상자를 이미 모아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대상자에게 특별 의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소 접하기 힘든 육류 등을 제공해 건강하게 보이려 하고, 치아가 없으면 틀니까지 제공하는 등 각별한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게 정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5ㆍ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재개 등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얻는 이득이 있어야만 실제로 남북 간 협상이 진전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3월에 접어들면 상황은 한층 복잡해진다. 3월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고, 한반도 내 풍향이나 풍속이 대북 전단 살포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전단 살포에 북한이 한층 민감해지는 시기다. 때문에 통상 3~4월은 대북정책에선 ‘비수기’로 통한다.
게다가 북한이 최근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건 한미연합군사훈련 철회, 대북 전단살포 방지 등을 언급하고 있어 예년보다 더 냉랭한 기류가 예상된다.
결국, 진전없이 설을 넘기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자칫 상당기간 대북 정책이 ‘개점휴업’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