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우리 미술관에 오시면 편안히 누우셔야 합니다”, “이 형광등 작품, 꼭 만져보세요”.

전시장을 찾은 감상자에게 작품 위에 앉거나 누울 것을 권하는 곳이 있다. 또 작품을 적극적으로 만질 것을 권하기도 한다.

바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이다. 금호미술관은 ‘ART PEACE-예술로 힐링하는 법’이라는 기획전을 열며 색다른 관람 매너(?)를 제시했다. 작품에 손을 댔다간 혼줄이 나는 여타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공(共)감각적ㆍ촉각적 체험을 해볼 것을 유도하고 있다.

전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 체험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잠시 명상에 빠져보도록 한 기획전이다. 참여 작가는 금기정, 박기준 등 총 7명(팀).

이를테면 젊은 작가 그룹 ‘Everyware(에브리웨어)’는 관객으로 하여금 손을 뻗어 머리 위 스크린을 만져보도록 했다. ‘클라우드 핑크’라는 이 미디어 작품은 깊이를 느끼는 센서를 스크린에 부착해 관객이 터치하면 구름이 생긴다. 관객은 자신의 손끝에 의해 구름의 형상과 농담이 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HYBE팀의 ‘Light Tree(라이트 트리)’는 수직의 기다란 형광등을 만지면 형광등 불빛이 다양하게 변하며 ‘빛의 나무’로 변신한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이 관객 참여형 작품은 인공의 빛이 주는 숭고함을 상호 교감하게 한다.

유상준의 작품 ‘Distant light(디스턴스 라이트)’도 자연의 빛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업이다. 어둠 속에 흔들리는 커튼 너머로 바람과 빛을 자유롭게 상상해보는 작품이다.

박기진과 Kayip팀은 여행의 경험을 되살린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박기진은 중앙아프리카와 남극해를 여행하며 접한 물 이미지에 착안해 전망대와 벤치를 만들었다. 물의 순환을 상징하는 원형식 계단은 빙각이 떨어지는 명징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또 인천 앞바다와 남극의 물 이미지를 오버랩시킨 전망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돌아보게 한다.

‘산업예비군’이란 독특한 이름의 작가그룹은 미술관 라운지에 추락 방지용 안전망을 만들었다. 초록빛 안전망은 출렁이긴 하나 일단 자리를 잡고 눕거나 앉으면 편안한 유희의 시간을 제공한다. 거대한 안전망은 이 시대의 팽팽한 긴장감과 유연함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어린이 대상 워크숍 등 부대행사도 곁들여진다. 성인 4000원. (02)7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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