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태원(53) SK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구형을 앞둔 검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는 29일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최 회장 사건을 결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 구형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이후 최 회장의 혐의는 달라진 것이 없다. 검찰은 나름의 내부 기준을 통해 구형량을 정하기 때문에 혐의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1심의 구형량을 항소심에서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최 회장의 1심 구형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 당시 “양형기준 상 피고인 최 회장의 가중 요소는 10여개에 달하지만 감경 요소는 백 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하나 내지 두 개에 해당한다”고 말해 중형을 예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 구형한 것은 징역 4년이었다. 횡령 범죄에 대한 당시 양형기준상 감경요소를 적용해 최하한의 형량을 구형한 것이었다. 이날 구형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 회장의 고려대 동문인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구형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 간부들이 ‘최하 5년은 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 전 총장이 ‘봐주기 구형’을 직접 지시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잇따른 검사 비리에 이러한 사태까지 더해져 검찰은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결국 한 전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할 경우, 잘못된 구형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게 구형할 경우 검찰 스스로 1심 구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돼 체면이 더 깎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항소심 재판부가 상당한 공판기일을 직권심리에 할애하는 바람에, 검찰은 주도적으로 혐의를 입증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최 회장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관련자들이 진술을 여러차례 뒤바꿔 사건의 쟁점 자체가 1심 때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 최 회장은 심지어 “자신이 사기 피해자”라고까지 주장했다.

1심 때와는 여러모로 다른 상황에서 검찰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