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프랑스 영화 ‘블루 이스 더 워미스트 컬러’(Blue is the warmest color, 푸른색은 가장 따뜻한 색, 이하 ‘블루’)가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제 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인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날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블루 이스 더 워미스트 컬러’(Blue is the warmest color)를 연출한 튀니지계 프랑스 영화 감독 압델라티브 케시시와 두 주연 여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및 레아 세이두를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최고상 수상자로 감독만을 꼽는 관례를 벗어나 배우까지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압델라티브 케시시는 칸영화제 사상 첫 아프리카 태생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됐으며, ‘블루’는 최고상을 받은 최초의 동성애 영화로 기록됐다.

▶‘블루’는 어떤 영화?=‘블루’는 영화제 전반에 공개된 미국과 아시아영화의 강세 속에서 폐막을 앞두고 후반부인 지난 23일 현지에서 공개가 된 이후, 만장일치의 호평 속에 유력 수상후보로 꼽혔다.

경쟁부문 초청작 20편 중 러닝타임이 가장 긴 3시간에 이르는 ‘블루’는 10대에 만난 두 여성의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남학생들과 데이트를 하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분)이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엠마’(레아 세이두 분)를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진 후 평생에 걸쳐 겪게 되는 애증과 만남, 이별을 그렸다. 단순한 동성애를 넘어선 보편적인 사랑과 욕망, 관계, 자아발견을 담은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15분간에 이르는 두 레즈비언간의 파격적인 성애 장면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폭발적이며 생생한 섹스 신”이라고 평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다양한 체위와 소리, 신체 노출로 묘사된 베드룸 장면”은 “연기와 실제간의 경계를 가로지른다”며 “사실적인 여성 성행위 장면은 깜짝 놀래키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열정적이며 가슴 사무치는 러브스토리”라고 했다. 일부에선 “포르노를 제외하고는 동성애 묘사 수위가 가장 높다”는 반응까지 얻은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과 섹스 신이 각국 개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벌써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조차 “‘블루’ 황금종려상 수상-하지만 영국에서 무삭제로 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홀리 모터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해 ‘제한상영가’등급을 받고 일부 장면을 뿌옇게 처리한 후 개봉한 전례가 있어 ‘무삭제 개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시아 영화의 강세=2등상격인 심사위원대상은 영화제 초반 공개돼 호평을 이끌었던 미국 코엔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수상했다. 1, 2등을 다투리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영화의 강세다. 뒤바뀐 자식을 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이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폭력을 통해 중국의 현대화를 날카롭게 성찰한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당’(天註定, 영제 A touch of sin)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란출신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더 패스트’는 주연 베레니스 베조에게 여우상을 안겼다. 감독상은 멕시코 영화 ‘헬리’의 아마트 에스칼란테에 돌아갔으며, 남우상은 미국 알렉산더 페인 감독 영화 ‘네브라스카’의 브루스 던이 차지했다.

▶폭력과 섹스의 스크린 & 도난과 총격의 영화제=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영화제였다. 개막 기간 중 공식 스폰서인 주얼리 브랜드 쇼파드가 100만달러어치의 보석을 도난당한 데 이어 스위스 명품 보석업체 드그리소고노도 파티를 위해 준비한 260만달러 상당의 목걸이를 도둑맞았다. 칸 현지 숙소를 털린 세계 거물급 영화인도 속속 보고됐다.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배우 인터뷰를 하던 방송사 카날 플러스의 세트에 괴한이 난입해 총격(공포탄)을 가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한편 영화제 초청작 중에선 폭력과 섹스를 다룬 작품이 적지 않았다. 특히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온리 갓 포기브’는 극악한 폭력 신으로 야유와 비난, 혹평을 받았고, 성적 호기심을 위해 매춘에 나선 한 파리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영화 ‘영 앤 뷰티풀’의 프랑스와 오종 감독은 현지에서 가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들이 매춘을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며 “여성들이 갈구하는 일종의 (성적인) ‘복종 욕구’(passivity)가 있다”고 말해 격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