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 1초, 1.3대의 승용차와 4.2대의 텔레비전이 만들어지고 5700리터의 탄산음료와 51톤의 시멘트가 소모되며 22명의 여행자들이 국경을 넘는 시간, 그리고 79개의 별이 사라지는 우주. 우주의 시간 150억년을 1년으로 축소할 때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시간.
# 5분, 5번의 활화산 분출, 25번의 지진, 1만번의 뇌우가 발생하고, 1966년 11월18일 오전4시 300개의 별똥별이 떨어진 시간. 9000개의 은하가 다른 은하와 충돌하는 시간. 그리고 어느 사형수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시간. 작별인사를 하는데 2분, 인생을 정리해 보는데 2분, 땅과 자연을 둘러보는데 1분. 기적적으로 풀려난 사형수는 죽음의 순간 느꼈던 시간의 소중함을 ‘죄와 벌’ 등의 작품으로 승화.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생을 뒤바꾼 시간.
검은화면 위로 알파벳 e가 떠오르면 방송은 시작된다. 프로그램은 늘 질문을 던진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그 안에 세상을 담아내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준다. 지난 7년 8개월, 2005년 9월 첫방송된 이후 프로그램은 한 길을 걸었다. 간결한고 짧은 언어, 감각적인 영상,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안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EBS ‘지식채널e’가 30일로 1000회를 맞았다.
연출을 맡은 이상범 PD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지식채널e’는 세계적으로 없는 포맷”이라면서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분야(인문, 사회, 철학, 예술 등등)를 담아내며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한다”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불과 5분이라는 시간 안에 펼쳐지는 세상이었다. 2005년 ‘1초’, ‘베이비 사인’ 편으로 시청자와 처음 만난 이후 ‘지식채널 e’는 EBS의 간판 콘텐츠가 됐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홈페이지를 찾았다. 수많은 댓글을 남기고 ‘추천’을 눌렀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본방송 보다는 이후 피드백이 더 많은, 온라인에서 더 큰 화제를 낳은 프로그램이 됐다. 방송된 내용을 토대로 펴낸 단행본은 총 8권, 누적 판매부수는 100만부에 달하는 베스터셀러 반열에도 올랐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이 PD는 ‘5분의 특수성’을 꼽았다.
“5분이라는 시간은 활용도가 쉬운 시간이다”고 설명한 이 PD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10분으로 늘려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10분은 너무 긴 시간이고, 지나치게 설명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욕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더 깊이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자고 생각했다. 짧은 것이 힘이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그 5분이 ‘지식채널e’의 강점이 됐다. ‘5분’ 편에서 설명했듯이 “30조번 명령을 뇌에서 주고받고 50번 눈을 깜빡이고 75번 호흡을 하고 5만 번 성대가 진동하는” 수적인 의미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5분 안에서 제작진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세상을 담아냈다. 연출의 노하우도 당연히 있었다. “스토리텔링과 반전의 묘미, 시의성”이 그것이다.
‘지식채널e’는 무상급식 논란이 일었을 땐 ‘공짜밥’ 편을 만들었고, 광우병을 소재로 한 ‘17년 후’를 통해 시청자와의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말한 ‘구럼비’ 편도 있었다.
사회적인 이슈들을 이야기할 때도 제작진은 어떤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짧은 언어로 5분을 채우고, 그 안에 ‘그리고’ ‘그러나’의 접속어를 사용해 ‘반전의 묘미’를 주었을 뿐이다. 생각과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 PD는 이에 대해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놓고도 메시지는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 시간이지만, ‘지식채널e’의 수장은 “아직도 할 이야기가 엄청나다. 소재가 끝이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바람도 있다. “앞으로 ‘지식채널e’가 1000회를 넘고 1만 회를 맞으며 ‘지식뱅크’가 됐으면 좋겠다. 회가 쌓이다 보면,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세상의 이야기가 우리 프로그램에 담겨있게 될 것”이라면서 “그 땐 진국처럼 우러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 때에도 프로그램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의 5분은 지나갔습니다.” 라고,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