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트랜스포머’… 철없는 악동서 영웅 변신

진정한 남자되는 성장스토리 장난감·자동차·초능력·로봇 등 ‘유년기 취미’ 고스란히 담겨

성인들 영화 통해 대리만족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함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계절이 돌아왔다. 25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고 오는 30일 북미지역에서 이어지는 ‘아이언맨3’는 전편보다 한층 위력적인 파워와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과시했다. 이어 6월 14일(북미 기준)엔 슈퍼맨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영화 ‘맨 오브 스틸’이 개봉하고, 7월 26일엔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 오프 ‘더 울버린’이 극장에 걸린다. 망치 든 반신반인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후속편 ‘토르: 더 다크 월드’는 11월에 개봉이 예정됐다.

올드팬들에게도 익숙한 헐크,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엑스맨, 데어데블, 트랜스포머, 와치맨, 토르, 잭 애스, 다크맨, 어벤져스, 스폰, 헬보이, 판타스틱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할리우드 영웅 캐릭터와 슈퍼히어로 영화. 현대판 영웅신화라할 이 작품과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특징이 있을까.

‘아이언맨3’를 보자. 주인공인 군수기업의 천재 과학자이자 백만장자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모든 일이 시작된 그 때”를 털어놓는다며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제야의 스위스 베른 한 파티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나 지금이나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토니 스타크는 한 미녀 유전공학자(레베카 홀 분)와 ‘과학’을 논하다 자연스레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둘이 함께. 토니 스타크가 만나자고 약속했던 괴짜이자 다리 장애가 있는 또 다른 과학자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분)은 건물 옥상에서 마냥 기다리다 지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현재. 토니 스타크는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캡틴 아메리카 등 슈퍼히어로들이 촐몰했던 ‘어벤져스’에서의 기억 때문에 불면과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 세상은 미국을 타깃으로 한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슬리 분)의 공격으로 공포에 휩싸여 있고, 토니 스타크는 상대에게 “한판 붙자”며 자신의 연구실이자 호화 대저택의 주소를 가르쳐준다.

결국 헬리콥터 몇 십대를 동원한 만다린의 폭격으로 토니 스타크는 비서이자 연인인 페퍼(기네스 팰트로 분)와 헤어지고 ‘아이언맨’ 수트까지 모두 잃은 채 외딴 곳에 떨어진다. 토니 스타크는 이곳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한 소년의 도움을 얻어 유전자 조작 연구 회사 사장이 된 알드리치 킬리언과 테러리스트 만다린의 음모를 추적하고, 이를 소탕하기 위한 대반격을 준비한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원래 잘난 체 하기 좋아하는 천재 과학자이자, 미녀들만 보면 침대로 꾀어내는 바람둥이고, 파티에 푹 빠져 사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돈을 뿌리고 다니는 안하무인 백만장자였다.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이 갈수록 규모를 키워가는 시리즈이지만, 결국 주인공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천하의 망나니가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이다. 그는 자기만 알고 살아가다가 점차 인류를 위한 사명을 자각하게 되며,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수준은 ‘철없는 악동’인 존재에서 갈수록 관계에 책임을 지는 성인으로서 성장해간다. 돈많은 카사노바로 출발했던 토니 스타크는 마지막편에서 운명의 연인인 페퍼를 위해 목숨을 건다. ‘아이언맨3’에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시골의 한 소년과 벌이는 해프닝이다. 토니 스타크에겐 일종의 ‘아빠 연습’인 셈이다.

결국 ‘아이언맨’은 소년이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온전한 남자가 돼 가는 성장담이다. ‘트랜스포머’의 ‘샘’(샤이아 라보프 분)도 여자 꽁무니나 쫓는 한심한 소년이었으며,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분)는 흥분만 하면 앞뒤 보지 않고 망치를 휘두르던 사고뭉치였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 분)는 교실의 왕따였다가 여자친구에게 환심을 사려 자신의 초능력을 보여주고자 안달하던 고교생이었다. 거의 모든 할리우드의 영웅담은 소년의 성장담이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해도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소년의 취미가 있다. 장난감, 자동차, 로봇, 초능력(의 환상), 그리고 여자다. 배트맨이 BMW모터사이클을 타고, 샘(‘트랜스포머’)이 쉐보레 카마로에 앉고, 토니 스타크가 아우디를 모는 이유는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벤츠 SUV에 애칭을 붙여준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는 아마도, 모든 성인 남자들에게 아이들 핑계를 대면서 극장을 찾지만, 정작 자신이 더 즐기는 ‘길티 플레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