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중 첫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감독 강우석. 그동안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 등 그가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들은 그를 ‘흥행 승부사’로 만들었다. 그가 이끄는 제작사 시네마서비스가 20주년을 맞이해 관객들에게 새롭게 선보인 영화는 바로 ‘전설의 주먹’.

‘전설의 주먹’은 이종규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는 자신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을 통해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전설의 주먹’은 오랜만에 재미를 쫓은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관객들과 한 번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이끼’와 ‘글로브’가 관객들에게 부담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보자는 식이었죠. 영화에서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다 한 것 같습니다.”

‘전설의 주먹’은 학창 시절 ‘전설’로 불렸던 남자들이 격투 프로그램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수집 사장 덕규(황정민 분)를 중심으로 대기업 부장 상훈(유준상 분), 뒷골목 삼류건달로 전락한 재석(윤제문 분) 등이 펼치는 뜨거운 승부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이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어둡지 않고 밝다는 점입니다. ‘전설의 주먹’은 원작의 제목과 설정이 좋아서 시작한 작품이죠. 덕분에 처음으로 비주얼 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죠. 실제 UFC대회가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그것보다 더 나아야 하지 않겠어요?”

덕분에 ‘전설의 주먹’ 촬영 중에 황정민, 유준상 등 배우들의 부상도 잇따랐다. 윤제문의 경우 정두홍 감독의 무술 지도를 받다가 어금니가 나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건 진짜로 다 때리고 맞거든요. 맞는데 출렁임이 없으면 거짓말이 되니까요. 글러브가 닿아야 몸이 움직이잖아요. 배우들이 액션 장면을 찍을 때 약간 겁먹은 것 같았어요. 다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끝까지 가더군요. ‘역시 프로’라고 느꼈었죠.”

강우석 감독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혹여 ‘흥행 승부사’라는 타이틀이 부담감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원래 영화를 찍고 나면 힘들어도 바로 다음 영화를 찍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끼’와 ‘글로브’는 쉬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한동안 푹 쉬면서 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객이 들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건데 그동안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투캅스’가 벌써 20년이 지난 것처럼 세월도 흘러가고 그만큼 저도 나이를 먹는 건데 그냥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강우석 감독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재미’다. 그는 재미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메시지로 관객과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항상 작품을 만들면서 추구하는 것은 ‘재미있게 의미전달을 하자’입니다. 재미라는 수단이 변질될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지점은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죠. 많은 감독과 영화들이 있으니까 올 한해도 되게 풍성할 것 같습니다.”

강우석 감독이 영화계에 몸담고 있던 시간이 결코 짧지 않기에, 많은 영화인들 중에는 그의 작품을 보고 감독의 길을 걷기도 했으며, 그의 발언에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대중이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고 대중도 할 수 있는 게 영화인 것 같아요. 제 작품은 홍상수-김기덕 감독과 달라요. 저는 그들처럼 찍지 못한다는 거죠. 서로 잘 할 수 있는 지점은 다르지만 그 끝에서는 하나로 만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소통에 있어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는 후배 감독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은 젊은 감독들이 잘 해내고 있으니까 저는 그 쪽에다 공을 차준다는 느낌입니다. 그냥 저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으로 길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눈 뜨면 사무실에 나와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읽는 등 말 그대로 영화에 미쳐 사생활이 없었던 강우석 감독. 그를 초심으로 돌려놓은 ‘전설의 주먹’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선물을 안겨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