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간첩 혐의로 기소된 ‘왕재산 사건’ 피고인들이 “구치소에서 사상 전향을 강요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임창훈 판사는 ‘왕재산 간첩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덕용(50)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북한 노동당 225국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해 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김 씨 등은 1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2011년 12월 구치소 공무원으로부터 ‘어느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책을 전달받았다. 1960년대 최대 간첩단 사건인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사상 전향을 했지만 결국 사형을 당했던 김질락의 옥중수기였다. 책의 서문에는 ‘통일혁명당 사건은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 사건과 동일하게 전개됐음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써 있었다.
김 씨 등은 ‘사상전향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할 수 있다’는 암시를 받았다. 다른 수감자들은 제외한 채 유독 이들에게만 책이 전달된 점, 일반적인 도서인수절차를 무시한 채 책이 전달된 점 등 때문에 ‘국가가 사상전향 공작을 했다’는 의심이 일었다. 김 씨 등은 반발했고 공무원들은 책을 바로 회수했다. 이들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각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임 판사는 “이 사건 도서가 전달된 경위 및 절차에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구치소 공무원들이 사상전향공작을 했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판사는 또 “원고들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양심은 ‘남과 북이 서로 평화적으로 공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사건 도서가 헌법 상 평화통일 지향 등 평화국가 원리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씨 등은 지난 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 등의 중형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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