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대통령의 취임 첫 절차는 국군 통수권 이양이지만, 왕조시대 즉위의 첫 절차는 옥새라고 불리는 어보(御寶) 중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대보(大寶)’의 전달이다. 이어 선왕(先王)의 유언과 함께 전위교서가 반포되고 즉위의례가 시작된다. 취임식 전에 이미 군주가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식 11시간 전인 25일 0시 임기를 시작했다.
즉위식때 초엄(初嚴), 이엄(二嚴) 다음 삼엄(三嚴)의 북소리가 울리면 장내가 그야말로 삼엄해진다. 초엄땐 내금위,충의위,별시위 등 군사들과 의장대가 대오를 갖추고 이엄에선 문무백관, 종친은 물론 외국인, 노인까지 자리를 잡으며, 삼엄의 신호에 드디어 임금이 입장한다.
새 왕이 쓴 면류관은 연(延)이라는 탕탕평평(蕩蕩平平)한 직사각형 판 앞뒤에 작은 구슬 12개를 꿰어 만든 9~12줄의 류(旒)를 매달고, 좌우에는 약간 큰 구슬(瑱:진)과 함께 작은 솜뭉치(纊:광)를 엮어 늘어뜨린 것이다. 류는 악(惡)을 보지 말라는 뜻이고, 진과 광은 진실이 아니면 듣지 않게 귀를 막으라는 의미이다.
왕은 첫 집무때부터 두 개의 뿔 모양을 장식한 모자, 익선관(翼善冠)을 쓰게 된다. 사실은 뿔이 아니라 매미의 날개이다. 이슬을 먹고 사는 매미의 청렴함과 검소함을 상징힌다. 두 날개로 균형감각을 가지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전해진다.
왕후가 입는 예복은 ‘꿩 적’ 자를 써서 적의(翟衣)라고 한다. 꿩은 청색, 흰색, 붉은색, 검은색, 황색 등 오색을 갖춘 새이다. 오색은 다섯가지 덕목을 상징한다. 즉 임금의 동반자는 어질고, 의로우며, 섬김의 예, 지혜, 신뢰감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일러준다.
즉위식엔 새 왕이 도장인 어보(御寶)를 받는다. 왕의 도장은 믿음과 관련이 있기에 인신(印信)이라고도 했다. 외교관계 수립, 인사명령, 국가시험 인증, 국고의 지출, 시호-묘호의 부여 등 때 도장을 찍으면서 자신의 신용을 담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식순이 왕조시대 즉위식과는 다르지만, 의례와 예물에 담긴 뜻은 달라질 이유가 없다. 국민의 종(公僕:공복) 중에서 가장 충직한 종으로서, 균형감과 소통 의지를 갖고 공론을 섬기며 국민의 삶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그 뜻 말이다. 대통령 스스로에게 삼엄해야 한다.
즉위를 뜻하는 등극(登極)은 그야말로 최고에 오른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는 ‘항룡(亢龍: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있다. 최고라지만 추락 고도차는 크다. 그래서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도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 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의미이고, 나아가 권력과 부귀가 극도에 달한 사람은 쇠퇴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취임 행사를 위해 광화문에 설치된 ‘국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복주머니’는 장식물에 그쳐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행복과 역사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할 일이 참으로 많고, 인수위때 노출됐던 ‘불통’, ‘밀실’ 문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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