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예능MC계는 지난 7~8년간 유재석ㆍ강호동의 양강구도였다. 이 구도를 깬 MC가 신동엽이다. 1년의 침묵 끝에 복귀한 강호동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하다. 예능MC의 구도 변화에는 MC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예능 트렌드의 변화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기세를 떨칠 무렵 유재석과 강호동은 난공불락이었다. 둘은 각각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이끌며 백전노장 이경규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도 변곡점을 넘어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기를 거쳐 지금은 다큐 예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동엽은 오디션 예능이 한창 먹힐 때 ‘불후의 명곡’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뒤처졌던 신동엽은 ‘불후의 명곡’과 ‘키스앤크라이’에서 뛰어난 순발력과 재치있는 진행으로 예능 흐름을 타 이제는 ‘19금 개그’ 등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예능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아티스트 MC’로까지 불린다. ‘안녕하세요’처럼 연예인의 수다보다 일반인의 고민과 특이한 성격을 드러내는 예능이 잘 먹히는 것도 신동엽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반면 강호동은 1년 공백 후 컴백해 이전과 비슷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예능 트렌드가 안 바뀌었다면 변화없는 강호동의 방식도 먹힐 수 있지만, 변화가 너무 빨리 이뤄지는 예능 흐름상 강호동의 진행법이 올드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사극에서 ‘추노’나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를 보고난 시청자가 정통사극, 대하사극을 보면 훨씬 더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인적으로 강호동의 실력과 감각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무릎팍도사’의 10회 손님인 백지연이 나왔을 때는 완전히 긴장이 풀려 예전의 감각을 100% 회복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밀당’은 큰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아직 못 보고 있다. 대중은 1~2회 만에 변화된 강호동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몸풀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강호동은 아직 자신에게 최적화한 프로그램을 만나지 못했다. 강호동이 ‘파워’라면 유재석은 ‘안정(배려)’이고, 신동엽은 ‘재치’다. 강호동의 파워는 야외에서는 ‘에너자이저’가 될 수 있지만 실내에서는 시끄러울 수 있다. ‘달빛프린스’에서 오디오가 겹쳐질 때 그런 경우가 있다.

하지만 ‘1박2일’에서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기를 불어넣었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송한 ‘Man vs Wild’의 베어 그릴스에게 겨뤄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강호동이 ‘스타킹’ ‘무릎팍도사’ ‘달빛프린스’ 등 실내 프로그램만 3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약점이다.

오히려 강호동이 제작진의 과욕으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정글의 법칙’과 ‘인간의 조건’ ‘땡큐-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 ‘남자가 혼자 살 때’ ‘행진-친구들의 이야기’와 같은 다큐 예능 하나쯤은 맡을 필요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진정성을 어필하기에 더욱 유리하다. 콩트와 상황 설정이 별로 없이 현실속에서 자연스럽게 부딪힌다면 ‘강호동 브랜드’가 새로운 버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웃기려면 남을 공격하든지, 자신을 희화화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메인 MC가 스스로 너무 망가지면 중심을 잡기 힘들다. 적절히 상대를 파헤쳐야 한다. 유재석은 상대를 공격 안 해도 되게 돼 있다. 신동엽은 상대를 찔러도 피가 안 난다. 상대를 공격해 그 웃음만 취하고 상처를 남기지 않아 웃기고 나도 개운하다. 적절히 치고 빠지기 때문에 세련됐다는 느낌을 준다.

강호동은 아직 과감하게 공격을 못한다. 보기에 비해 예민한 성격의 강호동은 몸을 풀 시간이 걸린다. 과거에는 상대에게 겁만 주면 됐다. 그러면 저절로 유머러스한 상황이 전개됐다. 하지만 지금은 겁을 주기도, 자신이 망가지기도 조금 애매한 상태다. 실내에서는 특히 그렇다.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강호동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뚜껑’ 없는 예능으로 ‘힘’과 ‘듬직함’을 활용해 정감어린 이미지를 다시 보여줬으면 한다.

때마침 강호동이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2’ 후속 프로그램에 출연이 확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100% 야외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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