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ㆍ전민현 인턴 기자] 박찬욱 감독이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올드보이’와 ‘박쥐’로 각각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박 감독이지만, ‘할리우드 키드’의 할리우드 진출과 귀환은 그 자체로 극적인 일이다.

‘스토커’ 공식 기자회견이 21일 오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참석했다.

박 감독은 “‘스토커’는 할리우드 영화지만 한국 감독이 만든 독특한 영화”라며 “낯선 땅에서 외롭고 한국 음식도 그리워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화를 만들어 조국인 한국에서 공개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토커’는 오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뒤 다음달 1일 미국 5개 도시에서 롤아웃(소규모 개봉으로 시작해 관객의 반응에 따라 개봉관 수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개봉한다. 박 감독은 “관객의 반응이 좋을수록 더 많은 도시의 많은 스크린에 영화가 걸리게 된다”며 “‘블랙스완’이 롤아웃 개봉으로 성공했는데, ‘스토커’도 개봉하는 도시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토커’는 바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 등 할리우드 톱 배우들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박 감독은 주연 미아 바시코브스카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바시코브스카에 대해 “자신의 연기를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배우”라며 “화려하지 않아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가 긴 시간동안 차츰 쌓아올리는 작업임을 잘 이해하고 영화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시코브스카는 영화 ‘제인에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스트리스’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스토커’에서 바시코브스카는 18세 소녀 ‘인디아’ 역을 맡아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다.

바시코브스카는 박 감독에 대해 “처음엔 통역을 통한 영화 촬영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는데, 며칠 지나니 서로 통역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며 “촬영 시작 전에 스토리보드를 통해 세세한 장면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굉장히 섬세했고, 그 섬세함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첫 할리우드 촬영 현장 적응은 박찬욱 감독에게 만만치 않았다. 박 감독은 “한 장면을 찍을 시간이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며 “적응에 애를 먹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초 단위로 진땀을 빼며 겨우 겨우 찍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스토커’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로 출연해 국내에도 별명 ‘석호필’로 유명한 배우 웬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맡았다. 박 감독은 “여백이 많아 붓을 댈 곳이 넓어 어느 감독이 다루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올 것 같은 각본이었다”며 “오프닝과 클로징 장면을 새로 만들었지만 성격과 인물 묘사 등은 밀러의 각본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토커’는 18살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를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