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저작권이라는 사적재산권을 내세워 ‘방송에 음악을 사용하지 말라’며 KBS를 상대로 소송을 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공익성 논리에 밀려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 한규현)는 음저협이 KBS를 상대로 낸 침해금지 청구의 소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방송에 사용하는 음악에 얼마만큼의 저작권료를 징수해야 하는가는 꽤 오랜 논란거리였다. 저작권 보호를 통한 문화 산업 진작이라는 가치와 방송이 수행하는 공적기능 사이에서 정부는 제대로 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고, 일정 부분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
그간 방송사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해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사용해왔다. 방송사들은 음악저작물 이용계약 약관에 따라 방송에 사용한 곡의 목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음저협은 자체 방송 모니터링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방송에서 곡을 듣더라도 제목을 몰라, 저작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곡들이 ‘음저협이 관리하는 모든 음악’이 아닌 일부 음악에 지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곡목을 파악한 것이나마 제대로 된 사용료를 받아내기는 어렵다. 음저협은 그간 문화부가 정한 징수규정에 따라 방송사와 사용계약을 맺어 음악사용료를 받아왔지만, 계약에는 다소 불합리한 점들이 발견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용계약이 무조건 자동연장되도록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저협은 사용계약이 끝날 무렵이면 방송사와 사용료 협상을 하지만 협상이 불발되더라도 기존 계약에 준해 사용료를 납부하고 음악을 쓸 수 있다.
음저협은 2011년 말일을 끝으로 KBS와의 사용계약이 종료되자 사용료 협상을 벌였지만 좀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들로부터는 사용료를 올려받기로 한 뒤였다. 그럼에도 KBS는 기존 계약에 근거해 사용료를 내고 음악을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방송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음저협은 KBS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음저협과 KBS 사이에 사용계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공공복리를 위한 사회적인 요청”이라며 “징수규정에 따라 사용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 음저협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된다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만일 음저협이 (음악사용료를 정한) 징수규정에 따라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려면, 문화부 장관의 징수규정 승인에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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