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을 보면 뿌연 스모그가 거리 전체를 뒤덮고 있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외출하는 사람도 드문 드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스크와 목도리로 입과 코를 가리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월 한달동안 베이징에 햇빛이 나는 날이 별로 없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달동안 수도 베이징에서 맑은 날은 단 4일뿐이었다. 특히 지난달 하순 엄습했던 스모그는 심각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의 중·동부 지역 143만㎢가 스모그로 뒤덮혔는데 이는 한반도의 6.5배가 넘는 면적이다.

더구나 엄청난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한국과 일본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스모그는 ‘베이징 기침(北京咳)’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내 병원은 호흡기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치료를 받는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시야 불량으로 인해 교민들이 밀집해 살고있는 왕징(望京)의 도로에선 차량 100대가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 공기 캔 제품까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물론 중국인들의 출국행렬도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당국은 다가오는 춘제(春節·설)때 폭죽 터뜨리기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베이징 천도’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전부터 환경보호운동가와 경제학자들은 환경문제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누차 경고했지만 그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됐다. 신징바오(新京報)는 이번 스모그가 사상최악으로 무려 8억명의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폐암 환자가 10년새 60%나 증가했다며 스모그가 10년전 대륙을 강타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무서운 현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곧 총리 자리에 오를 실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까지 나서 민심수습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의 환경보호 대책이 한계를 맞이했다는 지적과 함께 비난의 불똥이 최고 지도부까지 튀고있다.

스모그로 인해 도시만 뿌연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정치적·사회적 환경까지 모두 짙은 스모그에 갇혀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비록 중국 당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보호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환경문제에 대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상황을 은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염통계가 정확하게 공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환경오염을 잡는 데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비정부기구(NGO)의 민주적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NGO는 대부분 정부 주도로 설립됐기 때문에 정부통제 하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친(親)정부적 성격이 강하고 대중성이 약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NGO를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정책이 바꿔야만 한다. 새 지도부는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말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NGO가 환경오염의 감시·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활성화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NGO의 역할확대를 통해 중국이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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