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대중음악산업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싸이의 세계 제패와 K-팝 한류의 인기, 인디음악의 약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등 겉으로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 호황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면 음악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 선순환구조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수익의 분배가 제대로 되는지의 여부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중음악은 생산과 유통 당사자들 간 수익이 합리적으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대중음악은 생산과 유통의 당사자가 영화보다 훨씬 많고 복잡하다. 특히 온라인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환경이 강화되면서 생산자끼리의 수익분배보다 생산자와 유통자(이동통신사) 간의 수익분배가 더 골치가 아파졌다. 우리나라의 음원 수익에서 생산자들이 취하는 이득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음악과 영화를 문화콘텐츠로 보면서도 음악을 영화보다 더 공공재가 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음악은 규제의 당위성을 내걸며 초저가 음악덤핑정책을 펴왔다. 음악 생산자들은 이런 상황들을 저가 납품을 강요하는 착취구조로 여기고 있다. 그 결과 음원가격이 싼 데다 생산자들에게는 그 이익도 적게 돌아오다 보니 소수의 음악 생산자를 제외하면 가난을 면키 어려웠다. 음악 비즈니스 사업은 획일화되었고, 새로운 음악사업모델의 시장 진입은 불가능해졌다.
음악 서비스 사업자는 다양해져도 이상하게도 똑같은 ‘가격’과 동일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법 무단 이용자를 유료시장에 유입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무제한 정액제방식의 서비스와 과도한 할인율의 덤핑상품을 만든 게 생산자들의 발목을 잡게 했다. 지난해까지 시행됐던, 매월 3000원만 내면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스트리밍은 생산자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하지만 음악상품 매출 중 ‘정액제’ 상품 매출 비중은 93%에 이르고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스트리밍 횟수는 급증하고 있다.
스트리밍에 의한 월 정액제 방식은 음악이 제작자의 세계관이 담긴 ‘개성적인 상품의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이용료’라는 개별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공공요금의 성격을 띠게 한다. 월 정액제 방식은 해외에서는 최소가격이 5700원, 최대 1만8000원 수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스트리밍 곡당 평균단가는 소비자가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곡당 가격이 점점 하락하는 모순된 구조다. 계속 들으면 0원으로 수렴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가령, 월 가입비 3000원, 월평균 스트리밍 1000회 기준으로 본다면 스트리밍 1곡당 3원밖에 되지 않는다. 차트 위주의 무제한 소비 방식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리밍은 차트 상위에서 배제된 비주류 음악이나 새로운 음악을 청취할 기회를 박탈시켜 음악의 다양성마저 해친다.
곡당 다운로드 가격도 최소 60원, 최대 600원으로 아이튠즈 뮤직스토어(800~300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아이튠즈에서는 곡당 다운로드 가격을 생산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동통신사가 운용하는 음원업체들이 획일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음원 유료 가입자 수마저 정체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음악제작자들은 빠른 음원의 회전만이 살 길이기에 스스로 음원의 질을 낮추며 ‘디지털 싱글’을 양산하게 됐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음악산업의 선순환 구조는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음악 권리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며 지난해 6월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 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은 저가의 월정액제와 고가의 종량제를 병행하고 음원 사용료에서 권리자가 갖는 요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했다. 곡당 음원단가를 스트리밍 12원(과거 단가 없음), 다운로드 600원(과거 60원)으로 올리고 음원 권리자의 몫을 음원 수익의 60%(과거 스트리밍 43%, 다운로드 54%)로 늘렸다.
또 생산자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월정액 다운로드 상품 공급을 유예할 수 있는 ‘홀드백’ 제도를 도입했고, 묶음할인 월정액제의 할인율도 최대 90%에서 75%로 낮췄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등 온라인 음원업체들도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상품을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음악 생산자들은 개정안에 반발해 지난해 음악생산자연대를 결성, 항의집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생산자들은 개정된 징수규정으로는 기존 월정액제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고 있고, 덤핑 할인율이 조금 완화됐을 뿐 지속적 덤핑은 여전히 강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작자에게만 부여된 홀드백제도도 실제로 정액제와 종량제 두가지 선택이 가능함으로써 정부가 규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절로 부여된 선택권이라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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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생산자연대 주장은...
음악 생산자들이 정부의 온라인 음원징수개정안에 반발해 지난해 결성한 음악생산자연대에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하이노트, KMP홀딩스,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 서교음악자치회, 한국힙합뮤지션연합 등의 음악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0일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 열었던 공청회와 항의집회는 현 대중음악산업 특히 온라인 음원시장의 비합리적인 매출구조 및 수익분배구조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스톱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캠페인 등 이날 이벤트는 음악계 각 주체들의 자발적 가격주권 회복 활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세계 대중음악계를 휩쓴 ‘강남스타일’의 해외와 국내 음원수익구조의 엄청난 격차는 음원수익분배구조의 모순을 실감나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폭제가 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원은 지난해 해외에서 290만건이 다운로드돼 3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벌었지만 한국에서는 360만건이 넘게 다운로드되고도 6500만여원을 버는 데 그쳤다.
저가 정책으로 음악산업이 성장했다는 논리는 적어도 앞으로는 문화콘텐츠를 주력 산업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반한다. 음악덤핑정책은 문화 생산자들의 노력을 무시하게 되며, 문화와 상상력의 가치를 훼손시킨다. 음악 콘텐츠로 받은 감동을 싸구려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음악생산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음원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에서는 살짝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멜론이 월 정액상품 가격을 100% 올려도 권리자에게는 오른 비율만큼의 혜택이나 수입이 가지 않는다. 실질적 혜택은 유통 쪽에서 올라가고 있다. 권리자에게도 그 만큼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산자와 유통,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무제한 스트리밍과 묶음할인 등의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로 가야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음악생산자연대는 앞으로 지속적인 캠페인과 정치권과의 연계활동을 통해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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