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지스타 참여 재검토 발표에 부산시 난색 … 경쟁 도시 성남, 업계 의견 수렴해 법률 철회 주장

고강도 게임 규제를 추진했던 정치권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1월 8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고강도 게임 규제 법률안에 대해 게임업계와 유저들은 물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부산시와 성남시 등 지방 자치 단체까지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지방 자치단체와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법률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것은 물론, 지방 경제까지 위축 시킬수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른바 '손인춘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과정에서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 개최로 경제적 효과를 누려온 부산 해운대구 서병수 의원이 손인춘법 발의에 동참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산업협회는 지스타 참여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 사태가악화됐다. 이러한 여론을 달래지 못하면 부산시가 2016년까지 벌어들 일 수 있는 6,000억 원의 수혜를 포기해야 하는 가운데 경쟁 도시인 성남시가 손인춘법을 철회하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 지스타와는 별개로 새로운 전시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문제되고 있는 손인춘 법은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2종이다.

이들 법률안에는 청소년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밤 10시부터 오전 7시로 확대하고 게임중독 치유 기금으로 연매출 1% 이내를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게임 과몰입 문제가 아직까지 과학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고, 법리적 해석이 불분명한 사안인데다 일찍이 시행돼온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이 거센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각계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지스타 불참 거론하며 '초강수'이번에 발의된 두 가지 법률에 대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게임업계다.

게임산업협회는 손인춘 법에 대해 1월 22일 보도자료를 배포, 실효성이 없고 합리적이지 못한 법률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청년 실업 해소와 글로벌 5대 킬러 콘텐츠 육성 등 새 정부의 역점 추진 사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철회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협회 측은 이러한 의지를 담아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 참여를 재검토한다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지스타는 지난 4년간 부산 해운대구에서 개최되면서 4,100여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860여억원의 부가가 치유발효과, 6,800여명의 취업유발효과, 3,8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의 경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이번에 논란이 된 2개의 법안을 발의한 17명의 의원 중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의 서병수 의원(해운대ㆍ기장갑)과 유기준 의원(서구)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업계가 크게 분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지스타2012 메인 스폰서로 나선 바있는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남궁훈 대표는"게임 업계가 해운대와 부산 발전에 매년 얼마나 많은 경제적 부가 가치를 생산하고 있는데, 해운대 지역 국회의원이 게임 업계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며 "지스타의 부산 개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92개의 회원사를 보유한 게임산업협회까지 1월 22일 지스타 참여를 신중히 재검토한다는 의사를 밝혀 2016년까지 지스타 개최권을 확보했던 부산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자체 관할부서, '강력 반발'부산시는 지스타 개최가 파행될 조짐을 보이자 불끄기에 나섰다. 의사결정권자인 부산 시장 등 간부급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무자들이 이번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이미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게임산업협회를 급하게 방문, 부산시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실무진에 따르면 부산은 게임업계의 뜻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며 시 차원에서 지역 국회의원들, 특히 서병수, 유기준 의원에게 게임산업의 중요성과 지스타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한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시 차원에서 업계의 손을 들자 지역구 의원들도 부담을 느낀 분위기다. 서병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너무 많은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거의 마비가 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서 의원께서도 현재 게임업체와의 만남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지역구 의원과의 불협화음으로 갈등을 겪는 동안 경쟁 지역에서는 손인춘 법의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성남시는 1월 24일 성남시청에서 브리핑을 개최, 손인춘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7인이 발의한 두 가지 법률의 철회를 주장했다.

성남시 한승훈 대변인은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전방위적 규제 법안이며 청년 일자리 감소, 지역 경제 위축, 세수 감소로 성남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한국 게임 산업 비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규제 법안을 철회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전체 지방세 수입의 70% 가량이 게임업계에서 발생하는 지역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NHN 등 국내 게임사의 60%가 이 지역을 거점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시 측은 매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를 대체할 만한 글로벌 게임전시회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겠다고 밝혀 부산시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는 지난 2년간 성남시에서 진행돼온 '경기 기능성게임 페스티벌'이 올해 고양시로 개최권이 넘어감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지스타 마저 지난해 12월 부산이 2016년까지 연장 개최하기로 확정되면서 내놓은 대안이다.

자연스레 부산시가 이번 손인춘 법을 철회해야하는 명분이 커지면서 이를 추진하는 관계자들의 중압감도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11월 지스타2012가 개최된 부산에 발걸음한 박근혜 당선인은 현장에 준비된 게임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부스를 방문, 격려한 바 있다

각계 반대에도 불구하고…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물론, 부산시,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손인춘 법을 반대하는 가운데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손인춘 법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수명 과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손인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 관한 법률안 2종은 현 시점에서 부적절하다는것이 문화부의 공식입장"이라며 "게임업계에서 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그것은 게임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부 측은 여성가족부 측이 자신들에게 보낸 두 가지 법률에 대해 의견을 묻는 공문에"대부분의 조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덧붙였다. 문화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일반 시민인 네티즌들 역시 손인춘 법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 법률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저들은 트위터를 통해 '게임죽이기법 발의 의원 명단'을 게재하고 리트윗하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손 의원의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게재하면서 능동적인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러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행정적 측면에서 봤을 때 손인춘 법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각계에서 손인춘 법을 반대하고 있으나 막상 법안이 발의됐어도 입법화되기는 어렵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 행정관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셧다운제가 발의됐을 때만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통과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며 "특히 게임 과몰입 해석이 주관적일 수 있는 셧다운제와 달리, 게임업계 매출의 1% 이하를 징수한다는 법률과 관련해서는 행정적인 측면에서 심플하게 통과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영화판에서 입장권 가액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영화발전기금으로 추가 부여한다는 법률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법률은 당시 소비자들의 엄청난 반대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행됐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 행정관은 "지금도 이미 손인춘 법이 발의된 상태로, 만약 이번에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회만 생기면 대두되는 게임업계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는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게임업계와 소비자,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강제 규제에 분노하는 만큼 각 단체의 성명서, 유저들의 서명운동 등으로 보다 능동적인 대응을 진행해야만 해가 갈수록 당연시되는 게임 마녀사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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