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중심의 산학협력은 성과 도출 불가능 … 대학의 연구와 기업의 비즈니스 결합 절실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가에서는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학협력을 통해서 실무 경험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취업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산학협력이 취업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의 연구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기업이 별도의 연구소를 운영하지 않아도 좋은 기술을 수급할 수 있고, 대학은 연구의 고도화를 통해 성과를 끌어올리는 윈-윈 모델이다.
하지만, 2000년 들어 대학들이 산학협력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취업 성과에 주목, 경쟁적으로 산학협력단을 구축하면서 의미가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성대학교 진호영 교수는 "산학협력을 통한 취업 성과가 목적이 되면서 국내 대학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취업 떠넘기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산학협력으로 기업과 교육기관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한성대학교는 지난해 산학협력의 효율을 높이고 연구의 고도화를 위해 산학협력단을 구축했다. 특징은 기존의 대학 산학협력단이 취업이라는 목표 달성에 목표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공동 콘텐츠 개발, 연구, 교과 과정 위탁 등의 산학협력 본래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 : 국내에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산학협력단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호영 교수 (이하 진 교수) : 산학협력단을 구축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연구 성과의 극대화와 이를 실용화하는데 있다. 국내 교수들은 다른나라에 비해 강의 비중이 높아 연구 실적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외부 활동 시간도 부족해 산학협력 자체가 거의 힘들다. 때문에 산학협력단을 구성해 교수들의 강의 비중을 낮추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 연구 성과의 질적 향상과 이를 통한 실용화를 꾀하기 위해 착안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들의 임무는 유감스럽지만 연구 보다는 취업 성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산학협력단 교수들의 경력이 대부분 기존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경험이 연구와 맞물린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진호영 교수 (이하 진 교수) 활용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기자 : 국내 대부분의 산학협력의 목적이 취업이라면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진 교수 : 현 시장 상황에서 산학협력을 통한 취업 성과 유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차이를 보인다. 취업을 목표로 산학협력단이 구성되고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라는 부가적인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산학협력단을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수준 높은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교수와 학생들이 있어야 기업들이 이들에 대한 인력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산학협력은 외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외주 업체로 전락한 대학의 인력들에게 매력을 느낄 기업은 전무하다고 본다. 뛰어난 연구 실적으로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기업들이 채용해 상용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취업이라는 부가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 같은 기술 연구를 통해서 취업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기자 :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들이 강의를 하지 않으면 학생들과의 연구 스킨십이 줄어들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진 교수 : 학생들의 능력을 냉정히 평가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수들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과의 스킨십이 절실하다. 강의는 교수와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멘토링, 면담, 창업지도 등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교류가 일어 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 할 수있다.
기자 :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산업에 비해서 콘텐츠 산업인 게임은 산학협력모델이 극히 제한적일 것 같다 진교수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좋은 예로 모션을 인식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휴대폰의 경우를 보자. 이 기술은 휴대폰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하는 사용자가 손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 손의 모션만으로 페이지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소에서 고안된 이 기술을 휴대폰 제조사가 채용하면서 상용화 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이 채택하는 기술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좋은 기술이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능성게임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 새로운 게임 방식, 색다른 게임 시나리오 등도 좋은 산학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자 : 게임분야 산학협력이 그래픽, 프로그래밍 외주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진 교수 : 취업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과 실무에서 요구되는 테크닉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그래픽, 프로그래밍 등의 외주 작업을 통해서 실무 경험을 익힐 수 있는 분야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무와 경험을 통한 취업에 집중하면서 산학협력 사례가 집중되고 있는 악순환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기자 : 국가의 산학협력 유도 사업들이 많은데 성과가 매우 미미해 보인다 진 교수 : 아무래도 국가의 산학협력 유도 사례가 단기성과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국내 게임관련 학과의 연구력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이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최근 정부 과제들이 취업 유도, 매출 발생 등의 성과에 주목하면서 꾸준한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있다.
최근, 진행됐던 대부분의 정부 과제들이 대학과 기업의 매칭에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을 기업의 하청업체로 위상을 낮추는 역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 과제들이 보다 대학의 연구 중심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기업과 접목시키면서 장기적으로 발전시킬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요구된다.
기자 :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이 보다 발전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진 교수 : 무엇보다도 국내 대학들이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취업을 위한 연구, 돈을 벌기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이 기술과 아이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한다.
정부의 정책도 단기성과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해 경험이 쌓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업들에게 휘둘리는 지금의 지원은 곧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박병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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