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대한(大寒)’이 지났다. 24절기의 끝이다. 11월부터 위세를 떨친 동장군이 마지막 호령을 하고 물러나는 때다. 그러나 말이 대한이지, 대한은 늘 소한(小寒)에 밀린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속담만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대한 추위가 없어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종 11년 병자년(1516년)에는 아침 경연 자리에서 “대한(大寒) 때가 되었는데 한기(寒氣)가 대단치 않아 아침마다 안개가 봄 같으니, 신 등이 우려됨을 견딜 수 없습니다”며,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그런 건 아닌지 신하들이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명종은 병인년(1566년) 큰 추위는 물론 큰 눈이 없어 밀ㆍ보리가 상하지나 않을까 마음 쓰며, 과거의 예를 살펴 보고하라고 명을 내린다. 너무 추워도 고생스럽지만 추워야 할 때 안 추워도 문제다.

대한은 때로 이름값을 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임금과 신하가 ‘시서경’을 읽고 논하는 경연을 미루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중종은 “이미 하게 하였으니 그만둘 수 없다”며, 내일부터 날씨를 보아 알리라고 명한다. 경연은 오늘날의 국무회의 격이다. 이 자리에서 나랏일에 대한 임금과 신하의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는 만큼 이보다 중차대한 일은 없다.

대한 때는 죄인 석방도 이뤄졌다. 추위 때문에 옥에서 비명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한, 인간적인 배려였다. 대상은 죄질이 가벼운 죄수들이었다. 노역에 종사하는 형 이하의 죄인은 모두 석방하고, 죄가 비록 중하지만 정상이 용서할 만한 자도 사면됐다. 여기서 도적과 유교의 법규를 어긴 죄인은 제외됐다.

한 해 24절기의 시작은 입춘으로 시작된다. 마지막 절기인 대한으로부터 보름이 지나면 입춘이다. 절기에 따른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는 크게 어긋나는 법이 없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