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은 깨끗했다. 먼지 한점 없을 정도였다. 침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책상 위에는 그가 평소 좋아하던 TV 예능 프로그램 달력도 놓여 있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쓰던 방을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흔적이라곤 하얀 국화와 영정사진뿐이었다.

2011년 권승민(당시 13세) 군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이 떠난 지 1년여가 흘렀지만 권 군의 어머니 임지영(48) 씨는 “아직도 실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헤럴드경제가 연재 중인 ‘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라는 기획을 준비하기 위해 취재차 경북 영천에서 만난 임 씨는 “아직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살아남은 자의 모습에 슬픔과 고통이 배어났다. 권 군이 떠난 후 중학교 교사인 임 씨는 학교폭력과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됐다. 기회가 닿을 때면 외부 강연을 나가고, 학교폭력의 폐해에 대해 말하고 다닌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절망에 빠졌었지만 그녀가 힘들게 세상과 소통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자살은 가장 나쁜 선택’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자살을 미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살은 떠난 사람은 물론, 남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임 씨는 “청소년뿐 아니라 자살을 시도하는 모든 사람이 잠시라도 남겨질 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그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공화국,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은 기사 한 줄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은 물론, 자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 사회적 시선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동반하는 사회적 중병, 암보다 무서운 치명적인 질병으로 간주해야 한다. 체계적인 대책과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대한 범국가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그 시작은 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헤럴드경제의 기획 의도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 극단의 선택으로 가족 등 남은 이들이 불행해지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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