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 ‘다우트’ ‘7번방의 선물’ 진실과 거짓말에 관한 우화 세 편

아동성추행 의혹에 놓인 주인공들 근거없는 스캔들 전염병처럼 번져 집단의 폭력 속에 끝내 비극으로

‘아동 성범죄’ 의혹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실과 거짓말에 관한 우화 세 편이 있다. 2008년작인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주연의 ‘다우트’와 24일 나란히 개봉한 덴마크 영화 ‘더 헌트’ 및 한국영화 ‘7번방의 선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동 성범죄의 끔찍함이나 그것을 둘러싼 처벌 혹은 복수가 아니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거짓과 오해는 어떤 비극을 불러일으키는지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다우트’는 1960년대 미국의 한 가톨릭재단 학교가 배경이다. 이 학교의 교장수녀인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 분)는 공포와 징벌의 힘을 확신하는 엄격한 사제다. 반면 플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자유주의적인 감성과 세계관을 가진 신부다. 맹목적 신앙이 아닌 ‘회의하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졌다.

당시 인권운동과 정치적 변화의 바람을 타고 학교는 첫 흑인 학생을 받는다. 그런데 한 젊은 수녀에 의해 플린 신부와 흑인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플린이 흑인 학생에게 지나친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근거였다. 알로이시스 교장수녀는 진상 조사에 나서는 한편, 평소 대립하던 플린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알로이시스로부터 추궁을 받은 플린은 자신은 고해성사를 했으며, 신 외의 누구에게도 책임질 일이 없다며 대답을 거부한다.

류승룡이 주연을 맡은 ‘7번방의 선물’은 6세 수준에 지능 발달이 멈춘 중년의 사내 이야기를 담았다. 지능은 모자라지만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주인공이 사고로 쓰러진 어린 소녀를 구하려다 목격자의 오해로 아동 성폭행 및 살해 혐의로 체포된다. 결국은 유죄 판결을 받은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린 딸과 헤어지게 될 딱한 상황에 처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 매즈 미켈슨의 연기가 빛나는 ‘더 헌트’는 어린 소녀의 사소한 거짓말이 전염병처럼 번져 집단의 광기어린 폭력으로 나타나고, 한 개인이 비극의 나락으로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덴마크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유치원 교사 루카스가 주인공이다. 아빠처럼, 삼촌처럼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성실하고 자상하며, 명랑한 교사다. 매일같이 함께 뒹굴고 장난치며 즐겁게 지내니 유치원의 꼬마들도 루카스를 무척 따른다.

그런데 그를 유난히 좋아하던 한 소녀가 선물과 입맞춤 공세를 벌이는데, 루카스가 이를 말리며 점잖게 타이른다. 실망한 소녀는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가 싫다며 이런저런 흉을 보던 끝에 “선생님의 몸은 나와 다르다”고 말한다. 유치원 원장이 깜짝 놀라 “선생님이 네게 벗은 몸을 보여줬느냐”고 물었더니 소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루카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어린 소녀의 입에서 비롯된 근거없는 스캔들은 ‘사실’처럼 굳어진다.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냉대와 폭력 속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내던져진다.

이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아동 성추행 의혹의 한가운데에 놓여지고, 모두 진실을 다투는 입장에 선다. 하지만 드라마가 향하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 ‘다우트’는 한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실 여부를 끝까지 밝히지 않고, 의문부호 속에 남겨 놓는다. 일종의 미스터리 구조를 통해 이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은 ‘당신의 확신은 정당한가?’라는 것이다.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확신을 성찰하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만한 ‘7번방의 선물’은 빙빙 돌리거나 어렵게 말하지 않고, 의혹은 오해에서 비롯됐으며 주인공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뿐이라는 사실을 간단히 밝힌다. 진실과 오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개인의 신념 체계나 사회의 시스템을 성찰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처사로 고통을 당하는 주인공이 감방 동료와 어울리며 벌이는 소동 및 부녀 간의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더 헌트’는 거짓말이 스캔들이 되고, 스캔들이 마녀사냥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종종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거짓말은 개인이나 사회를 파멸로 몰고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드라마지만, 3편의 영화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비극에 이르는 병’으로서의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편견이 씨앗이 되고, 집단 및 사회의 공포와 불안을 먹고 자라며, 권력을 숙주로 해서 ‘괴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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