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1년 반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은 지난 18일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지인들은 김 전 원장의 무죄 소식에 “정말 잘된 일이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다…”며 말끝을 흐렸다.
개인적으로 명예 회복을 했다지만 그 대가가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이다.
손꼽는 금융관료이던 김 전 원장은 1심 판결로 파면됐고, 무죄 선고 후 남은 것이라곤 “사필귀정”이라는 외마디와 뜨거운 눈물 한 방울뿐이다. 그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피를 말렸던 1년6개월은 회복 불능의 상처로 남게 된다.
문제는 나라를 흔드는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희생양을 찾아온 검찰의 마녀사냥식 수사 관행(피의자의 일방적 진술→유죄 선고→파면→결백 입증→무죄 선고)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수년 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몰아붙이기식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었다. 변 전 국장은 2006년 한 대기업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돈을 줬다는 진술만 있을 뿐, 물증이라고는 없는 사건이었다. 검찰은 ‘정황상 돈을 받은 것이 맞다’는 이유로 변 전 국장을 기소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김 전 부원장 역시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뇌물 2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7년 구속 기소됐다가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건이 김 전 원장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법치 정의를 도마에 올리는 계기가 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는 이번 사건을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희생양을 찾는 마녀사냥식 검찰 수사 관행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 전 원장도 개인적인 명예 회복을 넘어 반드시 재기에 나서길 바란다. 그가 또 한 명의 ‘억울했던’ 선배로만 기억된다면 열악한 처우에도 명예 하나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후배 공직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yang@he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