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해법 찾기가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 인수위 등은 물론 학계, 관변 연구소, 업계까지 부동산 시장을 살릴 묘책 찾기에 나섰다. 부동산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비롯해 경기 활성화, 중산층 회복 등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는 주택 시장을 우선 부양, 국민총생산(GDP)을 1.5%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경기 회복의 견인차로 활용한 바 있다. 여기에는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수도권 지지표에 대한 보은(?)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美 원금도 깎아주며 모기지 지원 스페인도 영주권 등 당근책 제시

▶미국 등 세계 각국, 부동산으로 경제 회생 발판 마련=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도 경제 불황 극복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추세다. 부동산을 경제의 명암을 가르는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원금까지 깎아주는 모기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기사회생 중이다. 금융권 역시 바닥 매물 흡수를 위한 수요 진작책을 펼쳐 실효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도시권 주택 가격이 재차 회복되는 등 시장 정상화와 함께 일자리 등 경제에 훈풍이 돌게 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냉ㆍ온탕 중인 유럽 역시 부동산에 큰 비중을 두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품 붕괴와 과잉 공급으로 초토화된 스페인은 부동산 매입 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조건을 제시, 매물 소화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럽권 휴양지라는 특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는 것. 상황은 다르지만 자산 안전지대로 자금 유입이 많아지면서 유발된 독일 역시 부동산 정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임대료 상한 규제 등 과다 규제를 극복하고,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은 20년 경제 불황의 터닝포인트를 부동산에 두고 과감한 회생 대안을 검토 중이며, 중국도 경제 운용의 핵심에 부동산 정책을 놓고 고심 중이다. 경제와 부동산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이 범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박근혜 새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 표명과 치밀한 로드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거시적 종합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찔끔찔끔 곁가지 정책일관 매수제한 해제등 불안심리 해소를

▶시장 불신 제거가 우선, 상황 전환 위한 화끈한 로드맵 내놔야=시장의 불신 제거가 우선이다. 정부와 여당이 9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놨지만 찔끔찔끔 내놓은 곁가지 정도로 일관해 효험을 거두지 못했다. 전ㆍ월세 대책과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구분, 시장 정상화를 ‘투 트랙’으로 추진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두 사안은 맞물려 거래가 활성화되면 전ㆍ월세난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매수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매입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매수 제한 규제를 해제하고, 향후 집값에 대한 불안심리를 제거해야 투자자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 민간 자금이 적극 들어와야 시장이 살아난다. 이를 위해서는 다주택 규제를 과감히 풀어 페널티를 없애는,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투기’라는 낡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전ㆍ월세난은 매수 기피와 주택 시장 변화 속에서 생겨난 구조적 현상으로, 집을 살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집을 매입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아울러 전ㆍ월세난은 민간 임대 사업 활성화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다. 민간 임대 사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향적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인구 구조와 수요 감소, 침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스페인과 같은 과감한 외국인 매입 유도 정책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제주도에서 영주권을 제공해 중국과 일본 등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이미 효험을 거두고 있다. 아울러 박근혜 차기 정부의 의지 조기 표명과 정상화 로드맵 내용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분명한 의지가 반영될 경우 시장 불신이 사라지면서 정책 약발이 먹힐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재차 부동산 시장은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는 회의적인 시장 인식을 우선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신규물량 대폭 줄이는게 더 효과적 젊은층에 생애최초 주택자금 확대 ▶수급 개선 절실, 과다 매물 줄이고 공급 축소가 먼저=매수세를 확산, 거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매물 감소와 집값 추가 하락 등에 대한 불안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물가 수준 이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다 공급과 매수 위축으로 급증한 주택 매물을 줄여야 한다. 우선 신규 공급물량을 대폭 줄이는 게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수도권 2기 신도시의 공급을 재조정 내지 축소해야 한다. 파주 등 12개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8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은 필연적으로 ‘매물 홍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연간 40만가구를 웃도는 정부의 주택 공급물량도 재고해야 한다. 유효 수요를 감안해 당분간 20만가구 수준이면 시장의 심리적 공급 위축 영향은 클 것이다. 기존 주택 매물 감소는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의 확대 지원을 통해 가능하다. 최근 일본 임대주택 사업자와 국내 아파트 관리회사가 합작으로 임대주택 사업회사를 설립한 사례에서 보듯이, 자금과 관리가 결합된 유사 기업의 설립이 잇따를 수 있다. 리츠 등 제도권 내 금융과 자산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생애최초주택자금 지원제도 역시 기존 주택으로 물꼬를 확대하고 대상 범위를 늘려 젊은이들이 매수 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효하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공급 규모를 대폭적으로 줄여 잠재적 대기 수요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대신 도시 재생 사업 활성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DTI 규정 현실에 맞게 탄력 조정 다주택자 페널티도 완전 폐지해야 ▶금융 세제도 혁신적으로 개편, 후속 입법 만전 기해야=MB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많이 준 게 사실이다. 주택 장기 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되살려 최고 30%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고, 매입 임대 사업 기준 요건을 대폭 완화했으며, 취득세 역시 한시적으로 감면해줬다. 금융 규제도 완화해 총부채 상환비율도 조건부로 낮추는 등 세제와 금융 면에서 지원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은 데다 한시적이어서 매수심리 자극에 실패한 것이다. ‘집 가진 사람이 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없었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탈세를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마당에 자산가나 기업이 시장을 개입할 리 없다. 주택 구입에 수반되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의 거래세를 아예 대폭 낮춰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최소한 지방 주택 구입에는 제한이 없도록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경우 아예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큰 주택으로 옮겨갈 때 양도세 이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DTI 규제 완화 역시 비거치식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 한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자영업자는 소득 인정을 받는 데에 불이익이 여전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DTI 규정은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를 죄인시하고 각종 페널티를 가하던 과거 관념을 완전히 폐지하고, 우월적 금융권의 대출 관행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야당 설득도 범정부 및 여당 차원에서 적극적이어야 한다.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책을 추진해서는 시장 불신만 낳는다. 발표된 대책은 필히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소통만을 얘기하다 보면 야당과의 물타기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주 공약 사항인 주거 복지에 전념하다 보면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장용동 대기자/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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