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성지서 中간부 사상연수 불구 부패 노하우 전수의 장으로 변질
20년간 해외도피 공무원 2만명 그들이 들고 튄 돈만 140조원
강경책 쓸땐 정부관료 격렬 저항 소극적 개혁땐 국민 불만 극대화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징강(井岡)산은 아름답습니까?” “예, 아름습니다.” “마오(毛) 주석은 위대합니까?” “예, 위대합니다.”
강사의 질문에 40여명의 중년 남녀들이 힘차게 대답한다. ‘혁명성지’ 징강산에 설립된 공산당 고급간부학교의 수업 장면이다. 장시(江西)성 징강산은 마오쩌둥(毛澤東)이 1927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일으킨 추수봉기가 실패하자 남은 병력 1000여명을 이끌고 마련한 혁명 근거지다. 이곳에 간부학교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중국 공산당은 부패가 심각해지자 정기적으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연수를 시키고 있다. 연수생들은 군복을 입고 옛 선배들의 고생을 체험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오히려 부정부패의 노하우를 배워나간다고 한다. 각 지역·각 분야의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수는 부패의 수법을 가르치고 나눠주는 장소로 변질된다. “죽은 친척의 계좌를 이용하면 당 규율검사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등의 솔깃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은 5성급 호텔 수준의 학교건물을 어느새 ‘부패관료 저택’이라고 부르고 있다.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열세였음에도 국민당 정부를 대륙에서 몰아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국민당 지도부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이제는 역설적으로 공산당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중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해외로 도망친 중국 공무원은 2만여명에 달하고, 이들이 들고 튄 돈은 우리 돈으로 140조원에 달한다.
시진핑(習近平)은 집권하자마자 반부패의 칼을 뽑았다. 집권을 위협할 만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패와의 전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부패는 5000년 중국의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관본위(官本位)’, 즉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이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황제시대의 관리에서부터 현재의 공산당 관료층에 이르기까지 중국사회의 권력가들은 뒷돈을 받는 것을 부패가 아닌 권리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지금은 부의 대부분이 공산당 자제들의 그룹인 태자당이나 특권층에 집중돼 있어 섣불리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장은 “부패에 대한 강경책을 쓰면 정부관료들의 극심한 저항을 야기할 것이고, 소극적으로 나간다면 국민들의 불만을 사게 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면서 “지도자의 용기와 국민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패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 권력을 나눠주고,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적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당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단명한 진(秦)나라의 꼴을 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