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연기의 꿈을 키운 류승룡. 충무로 데뷔는 조금 늦었다. 2004년 영화 ‘아는여자’로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했다. 비록 ‘원톱’은 아니었지만, 매 작품 속 농익은 연기로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의 빛나는 활약상은 2011년 ‘최종병기 활’부터다. 냉철한 카리스마의 악역 쥬신다로 박해일과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탄력에 힘입어 지난 해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또 한번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배우 대열에 올라섰다.

그야말로 대기만성형 배우다. 최근에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바보 아빠’로 열연을 펼치며 또 한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내달 초부터 영화 ‘명량, 회오리바다’(감독 김한민) 촬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그는 수많은 작품들의 러브콜 속에서도 ‘7번방의 선물’을 택했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지금이여야만 했다.

“배우 인생에 있어서 딱 한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역할 뿐 아니라 영화의 메시지도 포함됐죠. 전 아마 용구가 6살 지능이 아닌 정상이어도 선택했을 거예요. 그만큼 이야기 자체가 비유와 상징이 있다고 판단했죠.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였다. 그러나 한 번도 도전한 적 없는 캐릭터였기에 쉽지는 않았다.

“용구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저에 대한 도전이었죠. 잘할 수 있고, 잘할 것만 같기도 했고, 이번 작품을 하게 되면 앞으로도 쭉 연기를 할 때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한 마디로 미션 같은 작품이었죠.(웃음)”

이번 작품에서 류승룡은 그야말로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그려내 관객들을 울렸다. 딸 밖에 모르는 힘 없는 아버지의 절규는 콧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이 상황에 어우러진 류승룡의 연기는 그야말로 빛을 발했다.

“그저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했죠. 만약에 원래의 류승룡이었다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용구잖아요. 용구가 예승이와 이별을 맞을 때 어떨지 생각하면서 그려냈어요. 특히 재판 법정신이 슬펐던 것은 용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죠. 오직 딸을 위해서. 그 어마어마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딸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용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그런 바보같은 용구를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7번방’의 범죄자로 분한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이다. 류승룡은 워낙 믿음 가는 배우들이라 자신을 온전히 던져 연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모두가 상황에 솔직한 연기를 펼쳤죠. 한 편의 연극처럼, 조밀조밀한 연기가 툭툭 나오잖아요. 아주 원활하게 말이죠. 저는 7번 방 안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맞는 거고요.”

‘7번방의 선물’의 선물은 바로 예승(갈소원 분)이다. 용구의 세상에 둘도 없는 딸이자, 곧 선물인 것이다. 류승룡에게 선물이란 이번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 그리고 갈소원이었다.

“훌륭한 배우들과 딸 소원이가 제 선물이었죠.(웃음) 물론 좋은 작품을 만났던 것도 제게는 선물이고요. 특히 소원이랑은 따로 연락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실제 아빠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꼬마도 감정이 나올 테니까요.”

감동적인 영화인만큼 너무 신파가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파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순 없죠. 하지만 그냥 신파가 아닌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해요. 만약 슬픈 상황이 아닌데 감정이 과잉되면 그게 정말 신파죠. 지능이 여섯 살인 아빠, 딸과의 만남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잘 편집했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신파라는 범주에 가두기는 아까워요. 저는 영화가 판타지 휴먼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도전을 즐긴다. 카멜레온처럼 작품마다 매번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기고 있다.

“솔직히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했잖아요. 그 이미지를 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의 허균 만으로 안되더라고요. 이번에 용구로 확실히 깨뜨리고 싶어요. 또 ‘류승룡’이라는 배우의 스펙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류승룡’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만큼 지금은 관객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으며, 동시에 연기 하나만큼은 믿을 만한 배우로 활약을 떨치고 있다. 가장 화려한 40대를 만끽하고 있는 류승룡의 10년 뒤 모습은 어떨지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