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나 요리 등 사적 영역에 관한 글만 올렸습니다. 대선이나 정치, 시사에 관련된 내용은 아닙니다.”

국정원 여직원 A(29) 씨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달 3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A 씨가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올린 글 중 대부분이 개인적 관심사에 관련된 글이고 대선과 관련된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은 말을 바꿨다. 지난해 8월 28일부터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12월 11일까지 A 씨가 해당 사이트에 91개의 글을 올렸다고 31일 발표한 것이다.

해당 글은 4대강 사업과 해군기지 건설 등 정치ㆍ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있었던 이슈에 대한 글이었고, 대부분 정부나 새누리당에 유리한 내용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브리핑 시점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알고서도 언론에는 사적 영역의 글만 파악됐다고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처럼 경찰의 말바꾸기와 사실 은폐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속돼왔다.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은 대선후보와 관련한 A 씨의 댓글 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한밤중에 서둘러 발표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A 씨가 올린 글도 있지만 대선과 직접 관련된 게 아닌, 사적인 내용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이번엔 A 씨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글을 올린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경찰의 오락가락 행보는 의혹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국정조사를 검토 중이다. 수사책임자인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공권력(公權力)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우월한 의사의 주체로 국민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이 힘의 전제조건은 국민의 신뢰다. 신뢰를 잃은 경찰 수사가 계속된다면 공권력은 공공의 권력이 아닌, 비어있는 권력(空權力)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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