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화두다. 엔화 약세ㆍ원화 강세로 인한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은 이미 연초부터 이슈가 됐지만, 최근에는 이머징마켓도 선진국과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엔화 약세ㆍ원화 강세 흐름 속에서 한국 증시만의 문제였으나, 3월부터는 신흥국 전체적으로 디커플링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보면 3월 이후 신흥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아시아 국가별 외국인 매매 규모도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등에서 전반적으로 매도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선진국 대비 이머징의 상대지수는 이미 지난해 8월 전저점을 하향 돌파해 2009년 3월 말 수준까지 하락했다.

신흥국 디커플링의 원인은 우선 미국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 의지가 계속되면서 미국 중심의 모멘텀은 유지되는 반면, 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의 회복 속도를 좀 더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달러 강세ㆍ신흥국 통화 약세가 나타난 것과 최근 유럽에서 나온 키프로스 불확실성 등이 위험 자산에 대한 관망심리를 키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모멘텀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외로 하락했고, 최근 한 달간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를 돌파한 데 이어 S&P500이 사상 최고에 근접하는 동안 소비 관련주는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항목별로는 음식료나 대형 할인마트, 패스트푸드 관련 주식은 양호했지만 의류, 화장품, 가정생활용품 관련 주가는 다소 부진했다.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디커플링 해소의 실마리는 일차적으로 중국 경제지표 재반등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 3월 HSBC 구매자관리지수(PMI) 속보치가 51.7로, 전월(50.4) 대비 크게 개선된 점은 양호한 결과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9년 4월은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된 시기인데 이 수준만큼 상대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현재 신흥국 경기 펀더멘털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상태로 보인다”며 “우선 한국의 경우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서 환율이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엔화 약세 유도 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점은 환율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 우려는 많은 부분 선반영돼 있고, 대형주와 주도주의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또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에 합의하는 등 유럽발 재정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개선되는 분위기라고 정 연구원은 진단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흥 시장의 디커플링이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향후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는 유럽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고 신흥국 경기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개선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중국 등 신흥국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 보강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글로벌 교역량도 최악의 국면을 지나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신흥국 경제가 당분간 속도는 더디더라도 내수와 수출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회복 방향성은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선진국의 공격적 양적 완화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유럽 리스크가 완화되고 신흥국 경제지표 개선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재생성될 경우 위험 자산 선호 현상 확산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신흥국의 경우 연초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했던 만큼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위험 자산과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