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 한결같이 안 나왔다. 그거 참 이상하다. 서로 연락이 있었나?”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지선(40) 현대백화점 회장에 대한 26일 재판에서 질문을 던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정감사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줄 것을 여러차례 요청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 정 회장 측은 ‘해외 출장이 겹쳐 부득이하게 출석할 수 없었다’며 불출석 사유서도 냈고 대리출석자를 선정한 점 등을 고려해 선처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정 회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인데 부득이하게 불출석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요구가 있으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각, 바로 옆 재판정에서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용진(44)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형사8단독 소병석 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정 부회장 역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한다’, ‘해외 출장을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대리출석자를 내보냈다’는 판에 박은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해 국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외에도 신동빈(58)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 등 유통재벌들에게 증인으로 출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형마트의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함이었지만 유통재벌들은 ‘한결같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편한 자리를 애써 피하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국회 정무위는 이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에 대해 별다른 피고인 심문 없이 각각 벌금 400만원과 700만원을 구형했다. 당초 이들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할 때와 같은 형량이다.
하지만 법원은 약식기소된 이들 유통재벌에 대해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국감 증인 출석을 ‘한결같이’ 회피한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법원은 다음달 11일과 18일에 각각 정 회장과 정 부회장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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