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외국인이 선물과 현물에서 무차별적 매도세를 퍼부우며 시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이벤트로 보기엔 최근 매도세가 과하다.
22일 시장전문가들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는 뱅가드 이슈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7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선물 시장에서도 2만 9000여계약을 팔아치웠다.
관심은 ‘얼마나 더 팔 수 있느냐’다. 특히 외국인의 선물매도로 시장 베이시스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만기 시 청산되지 않고 남아있는 차익 물량이 부담이다.
심상범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3월 만기는 무사히 지났지만 대부분 롤오버되면서 외국인 매수 차익잔고는 여전히 3조 7000억원대로 추산된다”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1127.90원을 상회하거나 외국인 괴리차(시장 베이시스와 이론 베이시스의 차이)가 -0.58포인트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차익에서의 패턴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차익 프로그램에서 순매수로 전환했고 매수우위 거래를 이어갔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도 불구하고 비차익 매수세 유입을 들어, 외국인이 한국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패턴이 달라졌다. 비차익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외국인발 순매도가 출회되며 추세를 벗어났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비차익 매도세는 뱅가드 펀드의 매도에 의한 것이라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블랙록의 아이쉐어 이머징(EM)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환매를 하면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초까지 520억 달러를 유지했던 아이쉐어 펀드의 설정액은 빠르게 감소해 현재 46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의 한국 비중이 15% 임을 감안하면 여기서만도 1조원의 매물이 쏟아진 셈이다.
이에 신흥 시장 및 우리 시장에 대한 투자 시각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이달 둘째주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미뤄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중국 경제 영향권에 있는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실제 대만 시장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조정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 회복세와 미국의 양적 완화 유지 방침 등으로 국내 시장 조정이 진정 국면에 들어갈 수는 있으나 강한 반등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잔고의 화약고가 터질 수 있는 상황에 근접해있고, 국내 기관은 1900선 초반에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분간 공격보다는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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