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발언이 계기가 되어‘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지도자들이‘힘’을 신봉해왔다는 점으로 볼 때 ‘중국의 꿈’이 궁극적으로 패권 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미래 10년 중국을 이끌어나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국가주석 취임 후 첫 연설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약 25분의 연설에서 시진핑은 ‘중화민족’은 9번, ‘중국의 꿈’은 8번이나 되풀이하면서 강한 민족주의 색채와 함께 부국강병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이 ‘중국의 꿈’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 총서기에 취임한 지난해 11월 15일 그는 내외신 기자와의 상견례에서 ‘중국의 꿈’을 언급했다. 2주 후인 11월 말 톈안먼(天安門) 광장 옆 국가박물관에서 열린 ‘부흥의 길’ 전시장에서도 이 말을 반복해 사용했다.
시진핑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나아가 이 용어들은 새 지도부의 슬로건이 된 듯하다.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말은 중국이 서구열강의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19세기 말 제창되기 시작했다.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孫文)과 북벌전쟁을 벌인 장제스(蔣介石)도 이를 강조했고, 장쩌민(江澤民)정권도 1997년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잠깐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뜸하다가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갑자기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중국인에게 있어 ‘강국의 꿈’은 무엇보다도 강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수모와 치욕이 시작된 아편전쟁(1840년) 이후 중국인의 일치단결된 꿈이었다.
이제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과 맞물려 ‘중화민족주의’는 질주를 벌일 태세다. 확실한 강대국화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과 함께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착착 진행되는 분위기다.
‘중국의 꿈’이 앞으로 어떤 노정을 택하게 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도 모르게 주변국을 자극하게 되고 갈등을 더 빈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지도자들이 ‘힘’을 신봉해왔다는 점으로 볼 때 ‘중국의 꿈’이 궁극적으로 패권 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민족주의가 뜨겁게 발현되는 영토분쟁 분야를 봐도 그렇다.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에선 ‘일전불사’까지 외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양심’ 류샤오보(劉曉波)는 “중국은 편협한 애국주의로 망할 것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비이성적 애국주의를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가 은밀하게 선동하고 있으며 이 같은 애국주의가 결국 중국의 발전을 제약하고 붕괴시킬 요소라고 지적한다.
시진핑은 지난해 말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넘겨받아 군권을 장악한 후 일선부대를 시찰하면서 “모름지기 군이란 부르면 즉시 와야 하고, 오면 싸울 줄 알아야 하며, 싸우면 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부국과 강군을 결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그의 얼굴 위에는 후덕한 미소와 함께 위태로움이 감돈다. 부국강병을 외치는 그의 거친 민족주의적 자세가 과연 본성인지 아니면 연기에 불과한 것인지, 그의 향후 행보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