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직장인 A씨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밤잠을 설친다. A씨는 지난 2011년 4월 4억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를 3억7000만원 주고 전세를 얻었다. 집주인이 당시 집값이 10억원을 웃돌아 전세금과 근저당금액을 빼도 2억원의 지급여력이 있다고 했기 때문. 그러나 최근 집값이 8억원으로 떨어지면서 A씨의 집은 깡통전세가 될지 모를 판이다. A씨는 “올해 4월 전세기간이 만료돼서 나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다른 전세계약자가 나타나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집값은 내리는데 전세값은 치솟으면서 세입자 2명중 1명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수도권 전세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과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집값 하락과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상이 ‘그렇다’(51.7%)고 답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집값 추가하락시 보증금 피해가 우려된다’는 답도 33.5%에 달했다. ‘불안하지 않다’(14.8%)는 답은 소수였다.
대한상의는 “현재 보증금과 대출금 비중이 높아 경매처분시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주택이 수도권에서만 19만 가구에 달한다”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계속 오를 전망이고 전세물건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불안감에도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 5명중 1명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보증보험 가입 등 임차보증금 손실에 대비한 대책이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21.3%는 ‘없다’고 했다.
보증금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는 ‘보증금 피해를 걱정할 정도로 집값이 떨어질 줄 몰라서’(52.7%), ‘방법을 잘 알지 못해서’(40.0%), ‘전세계약시 선순위 채권이 이미 있어 해보았자 소용이 없을 듯해서’(7.3%) 등의 순이었다.
상의는 최근 전세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액이 집값의 70%를 상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세계약 체결시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대출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등의 보증금 보장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의 경제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동산투기가 사라져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다’는 답은 33.7%에 그친 반면, ‘전세난을 유발하고 내수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답변은 그 2배에 달하는 66.3%가 나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실패’(30.4%), ‘여유있는 계층의 주택구매 기피’(23.0%), ‘불투명한 집값전망’(22.2%),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19.7%) 등을 들었다.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내집마련 지원 확대’(47.6%)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최다였고, 현행 내집마련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부족하다(51.5%)가 충분하다(8.8%)보다 훨씬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