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개발사 지원 '퇴색' … 고질적인 문제점 반복되며 업계 신뢰 잃어가 문제점 인지하지만 3차 사업 반영 어려울 듯 … 오픈마켓 및 해외 퍼블리셔와의 적극 협력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주관하는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이 신뢰를 잃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국내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퍼블리셔에게 치우친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발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성공을 도모하고 그 성공의 열매를 최대한 개발사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사업이다. 하지만 대단히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업 자체의 실효성은 뚜렷하지 않다. 아직 이 사업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신규 사업이라는 점과 정부 사업의 특성상 1년 단위의 단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개발사 중심의 시장 도모라는 본연의 목표를 향한 발걸음은 지지부진하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이 가진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야심차게 내세운 퍼블리셔와 개발사간의 8:2라는 수익 분배가 시장의 변화는 야기하지 못한 채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했으며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여유없는 개발 플랜은 개발사들에게 오히려 심각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아울러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주도적인 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퍼블리셔들의 인프라와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어 본연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점은 이런 문제점들이 다가오는 3차 사업에서 반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보여주기가 아닌 근본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사업 계획 수립과 해외 오픈마켓 및 퍼블리셔들과의 적극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1차 사업의 경우 게임빌, 컴투스를 퍼블리셔로 선정하고 '플랜츠워', '아쿠아스토리' 등 16개 게임을 출시했다. 약 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16개 게임 토털 4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퍼블리셔와 대상 게임을 발표한 2차 사업의 경우 20억원 정도 늘어난 7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퍼블리셔도 기존 게임빌, 컴투스에 이어 픽토소프트가 새롭게 가세했다. 총 20개의 게임이 선정됐으며 오는 5월까지 순차적으로 게임이 출시된다.

이상론에 그치는 8:2 수익 배분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수익 분배율이다. MG나 계약금 규모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현재 시장의 퍼블리셔와 개발사간의 수익 분배율은 5:5를 기준으로 6:4 혹은 4:6을 오가는 수준이다. 가장 일반적인 6(퍼블리셔):4(개발사)를 예로 든다면 한 편의 게임으로 100의 수익을 거뒀을 때 오픈마켓에 30%의 수수료가 지급되고 나머지 70에서 40%를 개발사가 가져가기 때문에 최종 수익은 대략적으로 28이 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의 경우 개발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56으로 두 배 이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발사 중심의 풍토를 마련하겠다는 한콘진의 의지가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엿보인다. 애매해진 것은 퍼블리셔의 입장이다. 개발사에게 상당한 수익이 지급된다는 것은 그만큼 퍼블리셔의 몫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일반적인 퍼블리싱 사업에 비해 퍼블리셔의 몫이 절반 이하다. 한 마디로 돈이 안되는 사업이기에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자사의 핵심 프로젝트로 생각하기 어렵다.

한콘진 측은 자신들의 예산으로 MG(미니멈 개런티)와 마케팅을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손실을 충분히 보전하고 있기에 약간의 잡음만 있을 뿐, 사업 진행은 무난히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2차 사업에도 3곳의 퍼블리셔가 지원받은 예산은 50억원 수준이다. 게임이 총 20개이니 한 편당 2억 5천만원을 지원받는다.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등장으로 잘 만들고 제대로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으로 수십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있는 환경에서 2억원 남짓의 지원만으로 퍼블리셔들이 해당 게임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에 가깝다. 혜택의 수혜자인 개발사들 사이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수익 분배로 퍼블리셔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짧은 개발 기간에 완성도 '급락' 개발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개발 기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1년 단위의 프로젝트다. 하지만 게임사 선정과 퍼블리셔 선정, 기타 제반 사항이 모두 해결되면 실제로 개발사가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훨씬 짧아진다. 그리고 짧은 개발 기간은 자연스럽게 게임의 퀄리티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 1차 사업에 선정됐던 16개의 게임들에 대한 평가는 게임간의 완성도 차이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이었다. 매년 5월 경으로 정해진 출시 마감을 지키다보니 소위 '날림'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콘진은 이에 대해 개발사의 역량까지 세세하게 간섭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한다. 이미 게임사 선정을 할 때 어느정도 완성된 게임을 확보한 역량있는 개발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실제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방향 등을 수정해 재개발에 들어서고 있어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소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개발사의 선택을 일일이 조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취재 결과 실제로 개발사들이 사업 선정시 공개한 게임을 콘셉트를 바꾸는 것은 퍼블리셔와의 조율과정에서 발생한다. 말 그대로 개발사는 개발 전문가이기에 시장 전문가인 퍼블리셔가 트렌드에 맞춰 수정을 요구하는 것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게임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어 성공을 위해서는 퍼블리셔와의 조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1년 단위로 고정된 개발 기간이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개발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사업의 특성 상 1년이라는 행정 단위에 기반한 사업 기간을 임의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한콘진이 되풀이하는 동안 짧은 개발 기간에 허덕이는 개발사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퍼블리셔에 의지하는 '글로벌 퍼블리싱'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말 그대로 글로벌 사업이다. 국내 시장에 좋은 게임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개발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의 주관은 한콘진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해외 시장 진출은 퍼블리셔에게 상당 부분 의존한다. 한콘진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보다는 컴투스나 게임빌이 이미 확보한 해외 인프라의 선정 게임을 올리는 방식이다. 론칭부터 마케팅, 유저 관리까지 철저하게 퍼블리셔에 일임한다. 한콘진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능력과 노하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본 사업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만큼 일단은 유력 퍼블리셔에게 사업을 전담시키돼 이를 보조하면서 역량과 노하우를 길러 종국에는 자체적인 사업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1차 사업 대상 게임 리스트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퍼블리셔에 의존해서는 한콘진이 말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퍼블리셔의 인프라에 기대는 것은 달리 말해 이미 충분히 공략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 숟가락을 얹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아닌 파이를 나눠먹는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 업계에서 기대하는 것은 한콘진이 직접 해외 오픈마켓이나 현지 퍼블리셔와 협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콘진은 지난해 12월 일본의 그리(GREE)와 현지 퍼블리싱을 위한 MOU를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발사와 그리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퍼블리셔를 거쳐 그리와 연결되는 이중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오픈마켓 및 현지 퍼블리셔와 적극 협력해야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오픈마켓, 그리고 그리와 같은 현지 퍼블리셔와 국내 개발사를 한콘진이 직접 연결시켜 주는 것이지만 국내 퍼블리셔의 해외 진출 역량에 의존하는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런 문제들의 대해 한콘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오는 3월말 경 사업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3차 사업에서도 변화의 의지는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2차 사업 대상 게임 리스트

정부 사업의 특성상 급작스러운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겠다는 입장이지만 3회에 걸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정부 사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개발사 중심의 시장 환경조성과 원활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는 분명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확장과 중소개발사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콘진의 의지는 이 사업을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사업의 가치는 점차 훼손될 것이다. 한콘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정광연 기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