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공 빌미가 된 오보사건 다큐영화 ‘헤드라인-뉴욕타임…’

결정적 물증 없이 공격 감행한 빈 라덴 작전 ‘제로 다크 서티’

무고한 인명희생·마녀사냥 테러전쟁의 필요악이라고 강변

2001년 9ㆍ11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9일 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알카에다를 타깃으로 시작됐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모든 테러단체들을 찾아내고 막아내며 전멸시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공표였다.

그리고 10년 만인 지난 2011년 5월 1일, 9ㆍ11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아랍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한 은거지에서 24명의 미군 특수부대원에게 사살당했다. 그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02년 9월 8일,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의 ‘증언’을 근거로 이라크가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1면 톱기사로 전한다.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그리고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신문을 들고 연이어 TV 카메라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1년 후인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전쟁 개시 2년 후인 2005년,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대량학살 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일련의 기사가 근거 없는 오보였다고 해명하는 보도를 실었다. 이른바 주디스 밀러 오보 사건이었다.

미국이 ‘헛소리’만 믿고 텅 빈 화약고를 폭격했다가 근처의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는 무고한 인명만 희생시킨 꼴이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헤드라인-뉴욕타임스의 모든 것’엔 주디스 밀러 오보가 언론의 위기를 드러낸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된다. 폴 그린 그래스 감독, 멧 데이먼 주연의 ‘그린 존’은 미국이 어떻게 이라크의 텅 빈 창고를 ‘화학무기 제조공장’으로 둔갑시켜 무지막지한 폭격을 퍼부었는가를 보여준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됐다.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의 존재는 미국과 영국 등이 주도하는 대테러 군사작전의 ‘알리바이’가 됐다.

미국과 유럽에선 아랍계이거나 아랍식의 이름을 쓰는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가까운 증오와 분노, 적개심이 커져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분쟁지역에 개입한 미군들이 적군 포로들을 학대ㆍ고문하는 비인권 사례도 ‘위키리키스’ 등을 통해 폭로되기도 했다.

미국은 테러나 테러단체 용의자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쿠바 내 미국 사법관할지역인 관타나모 수용소에 가뒀다. 때로 무고한 일반인들이 테러 용의자로 오인돼 수감되는 일도 잦았을 뿐 아니라 관타나모 수용소에선 잔학한 고문 등 심문 프로그램이 행해졌다.

영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테러와의 전쟁 일환으로 강화된 영국의 반 테러법에 항의하는 뜻을 담아 지난 2005년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제발 체포하지 마세요’라고 쓰인 티셔츠를 디자인했다.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에선 자폐증을 앓는 인도 청년이 미국에서 무슬림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라는 팻말을 들고 무작정 미국 대통령을 찾아나선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선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이 친구 결혼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가 대탈레반 작전을 수행하던 연합군에게 붙들려 테러용의자로 몰리고 관타나모에 수감돼 2년간 잔혹한 고문에 시달리는 비극을 다뤘다.

결국 미국은 9ㆍ11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성공함으로써 10여년간 벌여왔던 ‘테러와의 전쟁’에 한 계기를 이룬다. ‘제로 다크 서티’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그린 영화다. 빈 라덴을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CIA 한 여성요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빈 라덴 수하의 연락책 위치를 통해 ‘타깃’의 은거지를 추정하지만, 마지막까지 결정적인 물증은 잡지 못한다. 그래도 백악관은 ‘정황판단’만으로 공격을 감행해 성공한다.

이 영화는 ‘오사마 빈 라덴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곳을 공격해 작전을 성공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 없을지 몰랐던 이라크 공격’이 작전상 그럴 수도 있었던 일이 아니었냐고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닐까.

또 이 영화는 첫머리에서 CIA가 테러용의자에게 가하는 잔인한 고문장면을 그리는데, 이를 주도했던 요원은 빈 라덴 추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한 일련의 인권유린행위가 ‘필요악’이었다고도 강변하는 셈이다.

결국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미국의 모든 과오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면죄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