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SBS ‘정글의 법칙’이 뉴질랜드편에서 신중한 편집으로 과장연출의 가능성을 차단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제작진 못지않게 마음고생을 많이 한 ‘족장’ 김병만은 기자에게 “자막에 ‘세계 최초’ 등 일부 과장이 있었고, 편집상의 재미를 위해 자극적으로 나간 부분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화가 난 것도 잘 안다. 지금이라도 백만 번 천만 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도 100% 리얼 원주민은 없다고 본다. 웬만한 지역도 선교사나 모험탐험가, 익스트림스포츠 애호가, BBC와 디스커버리 등의 다큐제작자들이 이미 다녀갔다. 그런데도 자막이 과장돼 나간 데 대해 시청자들이 화가 나신 것을 백분 이해한다”고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김병만은 자신들이 갔던 일부 지역이 관광 코스에 포함된다고 해도 주어진 상태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리얼 다큐를 찍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도 김병만의 진정성만큼은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김병만이 아마존편에서 정글 가이드에게 했던 “이분들을 화나게 해선 안 돼”라는 말은 누리꾼들에게 지금도 명대사(?)로 남아 있다.
“가장 힘든 게 원주민들과의 접촉이다.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자에게는 인형 옷을 입혀놔도 사자다. 원주민들이 민속촌에 있다 해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감정은 좋아하거나(흥분), 싫어하는 것으로 나눠지며 중간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
병만족과 원주민의 만남은 음식문화와 야생체험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김병만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원주민과 있으면 시종 긴장해야 했다. 파푸아섬에서는 원주민들도 남녀가 따로 자는데, 만약 병만족이 자다가 화장실을 간다며 잘못 가다 여인들이 자는 곳으로 간다면 활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베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욕을 하고, 아마존에서도 팬티를 빨아 늘어놓으면 훔쳐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시베리아와 아마존에서는 촬영용 발전기를 놔두고 나왔는데, 뒤늦게 찾으러 가려다 겁이 나서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와오라니 부족들과 이별하는 날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원주민의 아들이 밖으로 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해 운전한 사람을 죽이러 간다고 말하더라. 듣는 순간 섬뜩했다.”
김병만은 병만족을 이끄는 리더로서 솔선수범의 덕목을 실천해왔다. 잠자리를 위한 집짓기, 식사를 위한 사냥, 이동 중 난관 뚫기 등 정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김병만에게 ‘정글’은 어렸을 때 접한 환경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정글에 최적화시키고 있다.
그는 요즘도 도 스킨스쿠버, 스카이다이빙 자격증 취득 과정을 밟고 있다. 다이빙 교육기관인 SSI(Scuba Schools International)의 라이선스를 받았고 어드밴스와 마스터 교육을 받기 위해 괌과 필리핀 세부를 다녀갔다. 물속에서 3분57초를 참을 수 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자 못미더워한 다이버 전문 연예인 송경철이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여 그를 놀라게 했다. 스카이다이빙 지상 교육을 받고 전남 고흥에서 실전경험을 쌓았다. 김병만은 키가 작아 군대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해병대에서 지옥훈련을 한 번 받아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김병만은 “‘Man vs Wild’의 베어 그릴스는 특수부대 출신이라 생존기술이 뛰어나다. 나도 진짜 족장다운 실력과 정신력을 갖추고 싶다”고 했다. ‘정글의 법칙’이 김병만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생존 과정을 통해 공존의 가치, 소통의 가치를 몸소 느낀다는 김병만은 앞으로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김병만과 헤어지면서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김병만의 손은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어찌나 거칠게 변했는지 동물 발바닥을 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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