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용(龍) 중국이 달라지고 있는데 한국은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까지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중국만큼이나 환골(換骨) 수준의 개혁이 절실하건만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출입상황을 일일이 체크하는 보안요원이나 취재기자들을 안내하는 직원 수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전보다 취재 분위기도 비교적 자유로웠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자료도 이례적으로 미리 배포해 기자들의 부담을 한층 덜어주었다.
종이 절약 차원에서 회의자료를 인쇄물로 제공하는 대신 인터넷 카드를 나눠줘 인터넷에서 내려받도록 한 것도 큰 변화다. 이를 통해 절약하는 돈이 200만위안(약 3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무료로 지급하던 생수도 없어져 일일이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신다.
회의 역시 꽤 진지해졌다. 많은 위원이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밝혔다.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에도 즉각 답변을 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올해 양회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꼽자면 어느 해보다도 검소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 지도부가 형식주의 타파, 부패척결 등을 내걸고 일으킨 ‘기풍개혁’이 이번 양회에 반영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해마다 열리는 양회를 위해 돈을 얼마나 쓰는지는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양회 기간 중 정협을 치르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5900만위안(약 103억원)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거침없이 낭비하던 양회 관행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따라서 비용 절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회 때마다 흥청망청했던 회식 접대가 사라졌다. 예년 같았으면 진수성찬이 차려진 고급식당에서 접대성 식사나 연회를 즐겼지만 올해는 숙소에서 가정식으로 때우거나 식당 뷔페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중국의 뿌리깊은 접대문화가 개선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공무원들의 과도한 씀씀이는 자주 화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이번 양회에선 적어도 겉모습만으로 본다면 접대관행은 달라지고 있다.
“혀끝의 부패를 뿌리뽑지 않으면 사회의 부패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한 정협위원의 발언을 보면 양회에 참석한 대표들 사이에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비록 새 지도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미래에 기대와 희망을 품게 만든다. 물론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변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거대한 용(龍)’ 중국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웃나라 한국은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까지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중국만큼이나 환골(換骨) 수준의 개혁이 절실하건만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중국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정도의 씁쓸한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