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열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들이란 이야기 아시죠?”
암호학 전문가인 유혜정(40ㆍ사진) 세종 사이버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암호라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옛날 이야기로 설명을 시작했다.
“알리바바 이야기에서 40인의 도적들이 숨긴 보물이 있는 동굴을 여는 단어. 즉, 숨기고 싶은 것을 숨길 수 있게 하고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역할이 암호에요. 도적들은 “열려라 참깨”라는 암호를 통해 그들만의 보물을 숨겨왔지만 결국 알리바바에게 그 암호를 들켰죠. 암호의 역사는 숨기는 이들과 알아내려는 이들의 투쟁의 역사입니다.”
크립토(crypto), 비밀이라는 뜻의 암호를 푸느냐, 못 푸느냐. 인류의 역사는 그 치열한 두뇌 싸움에 의해 좌우돼 왔다고 유 교수는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신의 암살 계획을 담은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암호문을 해독하지 못했다면? 영국의 암호 전문 해독실인 ‘40호실’이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치머만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다면? 인류 역사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갔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암호가 곧 권력이고, 이를 해독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암호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암호학’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유 교수는 특히 정보사회에 들어서면서 컴퓨터 통신이 발달하고 일반인에게도 컴퓨터가 필수적인 존재가 되고 암호의 의미와 역할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의 숨겨진 보물은 곧 정보에요. 과거에는 소수의 인원, 왕이나 고위층만의 정보가 중요하고 암호해독의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일반 개인의 정보 하나하나가 중요한 가치를 가지죠. 즉, 숨겨야할 정보의 대상이 늘어났고 이를 해독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맞춰 암호학 전공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단순히 해킹에 대비하는 것을 넘어 보안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 관리하는 암호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각 기업은 물론, 국가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정보보호의 범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까닭에 앞으로 더 많은 암호전문가들이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최근 3ㆍ20 사이버테러와 국제해커그룹 어나니머스를 예로 들면서 “현대사회에서 정보보안은 곧 권력이고, 이를 뚫는 세력도 집단화, 조직화되고 있다”며,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사이버전사 3000명 확보계획을 지적하며 “단순히 인력을 확충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어떤 인력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정부 기관마다 보호해야 할 정보의 수준과 그에 따른 투입 인력의 역할이 저마다 다르다”며,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관리하는 ‘콘트롤타워’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암호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술과 사회적 환경의 발달에 따라 유기적으로 시스템이 진화할 때 해커들의 위협에 맞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전문가와 정부 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보안의식을 생활지침으로 여기고 ‘보안은 전문가의 몫이 아닌, 나의 몫’이라고 여길 때 해킹의 위협에서 좀 더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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