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냉정하다. 아니 간사하다. 누가 힘이 센지를 살펴본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권력자가 일관성을 보여주는지 주시한다. 기대하던 결론이 나지 않으면 어김없이 비난하고 신뢰도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다.
시장은 냉정하다. 아니 간사하다. 우선 누가 힘이 센지를 살펴본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옆에서 들리는 소리는 참고만 할 뿐이다.
권력자가 일관성을 보여주는지,원칙을 지키는지를 주시한다. 기대하던 결론이 나지 않으면 어김없이 비난하고 신뢰도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다.
말 많았던 4월 기준 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모양새로는 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당ㆍ정ㆍ청이 합심해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단순한 인하가 아닌 인하폭과 함께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한국은행 총재의 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엔 떠밀리듯(?) 인하하긴 했지만 다음엔 어떻게 하겠다는 시그널에 시장은 주목할 것이다. 따라서 동결과 같은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은 상당한 혼란을 넘어 권력자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쏟아낼 것 게 뻔하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미래연구원까지 이번 금리 인하 요구에 가세했다. 여기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었다. 귀는 있지만 입은 없다던 청와대 참모형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옛 얘기가 돼버렸다. 기자들이 자꾸 물어보니 어쩔 수 없고 다소 와전된 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정권초기에, 그것도 경제부총리가 부활된 마당에 경제수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 부총리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며 기획재정부 1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돌아서서는 금리를 포함한 ‘정책공조(Policy Mix)’를 강조했다. 1차관의 열석발언은 법에 보장된 정부의 권리다. 정책 공조를 취하고 싶다면 정부의 스탠스를 금통위원들한테 제대로 설명하는 자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처럼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간의 엇박자가 아닌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6일자에 ‘차기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부활하자’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MB정부 때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주요 국정과제가 삐걱댄 경우가 많았고, 새 정부의 경제 여건은 훨씬 힘들 게 분명하며 따라서 차기 정부가 내세울 경제민주화 혹은 복지국가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라도 경제사령탑은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 세종시로 경제부처가 모두 이동할 경우 행정부가 입법부에 치이는 상황이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고 그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마저 없다면 장관들은 그야말로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청와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가에서는 보고 있다. 경제수석실에서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큰 그림을 제시하면 경제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집행하고 다른 경제 부처가 따라오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꼭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책임장관제나 부활한 경제부총리제와는 상치돼 보인다. 앞으로 시장이 누구를 주시할지 궁금해진다.
kimh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