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엔저의 역습에 1분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일본기업은 IT 등 한국과 경합도가 높은 모든 업종에서 이익전망이 상향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일본지수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평균 45.02로 집계됐다. 엔저가 가시화되기 전인 작년 9월(39.81)보다 13.1%, 작년 말(39.26)보다는 14.7% 오른 수치다.

일본 기업의 EPS 전망치가 45선을 넘어선 것은 세계 금융위기 충격이 반영되기 전인 2008년 10월(53.59) 이후 53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MSCI 한국지수의 12개월 예상 EPS 전망치는 지난달 20일 기준 66.93으로 작년 말(66.84)보다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엔약세 효과가 반영되면서 일본과 한국 기업의 이익전망치가 급격하게 차별화됐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기업은 2009년 이후 4년간 추세적인 엔고국면에서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등을 통해 적응력을 높여왔다”며 “여기에 엔화 약세가 가속되면서 기업수익의 턴어라운드가 빠르게 진행돼 4분기에 시작된 수익성 개선은 1분기에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합도가 높은 업종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IT 등이다. 이들 전 업종에서 일본 기업 전망치는 지난해 말보다 큰 폭으로 상향됐다. 경기소비재는 EPS 전망치가 30% 이상 높아졌고, 에너지와 소재 업종 역시 EPS 상승폭이 20%를 웃돌았다.

한국은 수출주 가운데 IT만 유일하게 이익전망이 상향됐다. 한국은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 등 내수 업종만 이익전망치 상향이 일본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엔저에 따른 한국과 일본 기업의 실적 차별화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엔저가 대외수지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본의 1월과 2월 무역수지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 기업들의 이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는 무역수지인데 지난 1월 -1조1790억엔, 2월 -77780억엔으로 집계됐다”며 “엔화의 급격한 절하에도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9월 말 달러당 77.79엔에서 지난달 28일까지 94.09엔으로 6개월 사이 2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지수는 39.8% 급등한 반면 한국 코스피지수는 0.43% 오르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