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밥통’ 공무원 국민반감 최고조…부패척결 위한 고강도 자정카드 연일 쏟아내
중국의 ‘포청천’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공산당 최고사정기관의 수장인 왕 서기는 최근 며칠 새 공직사회 부조리 척결을 위한 강도 높은 자정작업을 쏟아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다음달 출범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군부에 대한 정풍운동에 이어 공직사회에 또다시 매서운 사정한파가 몰아칠 기세다.
왕 서기는 지난 27일 기율위 간부와의 화상회의에서 “장관급 이상 고위직의 해외유학 중인 자녀는 유학을 마치고 1년 안에 귀국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놓고 엄포를 놨다. 이는 중국 국민의 ‘뤄관(裸官ㆍ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부인과 자녀를 해외로 보낸 관료)’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경기침체에 서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황금 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이 애국심은 고사하고 제 살 길만 찾으려 한다는 반감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고지도부인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의 자녀는 이미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를 전후로 귀국길에 올랐다.
왕 서기는 또 기율위 공무원에게 VIP카드를 아예 없애라고 지시했다. VIP카드는 백화점이나 식당ㆍ마사지ㆍ골프장 등에서 특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주로 기업이 관료에게 뇌물용으로 제공해왔다. 왕 서기는 “VIP카드 사용이 큰 일이 아닌 것 같지만 공직자의 문제점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부패의 싹을 아예 자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 새 지도부는 출범 이후 최대 과제로 허례허식 타파와 부패 척결을 내세웠다. 호화 외제차는 군대 번호판을 달 수 없게 하고, 고급 식당에서의 연회도 금지시켰다. 하지만 중국인이 자주 쓰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는 대책이 있다’는 말처럼 최근 다시 편법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가 점차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 서기가 다시금 사정의 칼날을 치켜세웠다. 서기는 강골 총리로 유명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문하생으로 불린다. 주룽지는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 그 중 하나는 내 것”이라며 부패와의 일전을 불사했던 인물이다. 금융통으로 불리던 왕 서기를 사정기관 수장에 앉힌 것은 시 서기가 부패 타파의 해답을 그에게서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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