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금투업계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지만 당장의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 임원 연봉 삭감이나 영업점 통합 등 고정비 절감에만 우선 매달린다. 지금대로라면 공멸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증권부에 있다고 하면 예전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떤 종목이 좋아요?” “시장 어떨 거 같습니까?” 등등.

그런데 요즘은 종목 하나 알려달라는 의례적인 요청조차 없다. 왜 그럴까?

최근 만난 기업체 임원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도 주식합니까?”였다.

한때는 주식에 수천만원까지 굴렸던 이 임원은 주식투자 끊은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끊다니, 주식이 무슨 담배냐”고 대꾸하자 그는 약간의 결연함까지 내비치며 “요즘 장에서 대체 무슨 수익을 내겠는가. 대박의 꿈은 버린 지 오래다. 노후자금을 어떻게 하면 차곡차곡 모을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다.

연말 인센티브 같은 가욋돈이 생기면 주식으로 한번 불려보려는 동료들이 예전엔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증권사들의 수익이 곤두박질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성장·저금리라는 전대미문의 시대를 맞아 금융투자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상당수는 지난 2012회계연도에 큰 폭의 실적하향을 맛봤다. 일부 증권사는 적자까지 냈다. 말 그대로 ‘어닝 쇼크’다.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은 지도 오래다.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 자체가 줄었거니와 요청하면 대부분 “실적이 엉망인데 어떻게(인터뷰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실적 부진의 최대 원인은 거래대금 감소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1년간 1900에서 2000까지 100포인트 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재미를 못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서 떠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침체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증권사 수익에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은 그 비중이 낮다.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인 자본시장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수익원으로 연결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 또한 대형사에 국한된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걸음마 단계다.

증시와 금투업계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지만 당장의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 임원 연봉 삭감이나 영업점 통합 등 고정비 절감에만 우선 매달린다. 지금대로라면 공멸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시장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이자 자금 회전 및 자산 운용의 터전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자금을 운용할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자본시장이 죽으면 나라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시장이 침체되면 소비가 죽고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시장의 공통된 이치다.

증권업계와 금융당국 모두 발상의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지금부터 꼭 20년 전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발언한 ‘삼성 신경영’처럼 말이다.


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