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를 통한 막강한 자금조달 능력을 앞세운 일본이 100조원대 규모의 인도 원전시장을 싹쓸이 하려 하는 등 해외 원전시장에서 쾌속질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달 말에는 인도 만모한 싱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양국 간 원자력협정 협상 재개에 합의하는 등 아베정권에 힘을 실어줄 모양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 이달 초 우리나라가 지난 3년여간 공들였던 220억달러(약 25조원)짜리 초대형 터키 원전사업권을 가져간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국가이기주의에 취한 아베 총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달 중순부터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순방을 통해 원전수주 외연확대에 총력을 쏟는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2009년 MB 정부 때 UAE 원전 수주 성공에 고무돼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계획일 뿐이다. 게다가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제한받고 있는 등 이중삼중 고충을 겪고 있다. UAE 원전사업을 우리에게 빼앗겼던 일본의 절치부심은 놀라왔다. 2010년부터 원전 수출 전담 합자회사인 ‘국제원자력개발 주식회사(JINED) 설립에 도쿄, 간사이 등 9개 전력사와 미쓰비시, 히타치, 도시바 등 민간회사가 의기투합했다. 터키 원전 수주도 JINED 작품이다.
자극을 받은 우리 정부가 다음달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설립을 포함한 원전수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원전수출 유망지역을 전략적으로 판별하고 180개 기자재업체의 납품수주 등 활로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20여년 동안 신규 건설예정인 원전만도 400기에 이를 정도로 1조달러 규모의 세계 원전시장에 비해 초라해 보인다. 터키 원전의 경우 빈번한 지진으로 인한 고도의 내진설계가 요구되는 등 리스크가 커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포기했지만, 일본은 리더십에 외교력과 금융력을 다 동원해 수주에 성공했다.
원전 수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능력 등 금융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은 144개국 중 71위, 자율성은 114위로 국가 경쟁력 19위에 비해 너무 뒤처졌다.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의미다. 원전 전담 수출은행 설립도 적극 재고할 필요가 있다. 원전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우리 사회 배척 감정도 결코 원전 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캐나다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과의 공조를 위한 고도의 외교 전략도 집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