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이슬기 기자] 서울에 사는 대학생 A(20) 씨는 성년의 날 하루 전인 지난 19일 어머니로부터 상자를 하나 받았다. 의아한 마음에 열어본 상자에는 향수와 콘돔, 그리고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남자가 돼라”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A 씨는 어머니에게 콘돔을 선물 받은 것이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내 ‘진짜 어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성년이 된 B(20) 씨는 여자친구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았다. 6살 연상의 여자친구는 B 씨에게 향수와 미니어처 위스키, 콘돔이 든 선물 상자를 건넸다. B 씨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성년의 날에 성년이 된 사람에게 향수와 장미를 선물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콘돔을 선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性) 문화가 이전 보다 훨씬 개방되면서 이를 쉬쉬하며 감추느니 당당히 드러내고 책임감을 심어주자는 의미가 담겼다. 가족이나 지인이 콘돔을 선물하는 경우 뿐 아니라 단체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잇따랐다.

명지대학교 총여학생회는 성년의 날인 20일 ‘콘돔 나눠주기 이벤트’를 실시했다. 콘돔에 ‘애로(愛路ㆍ사랑의 길을 지켜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새겨 향수, 장미와 함께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500개의 선물세트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김미선(24ㆍ여) 명지대 총여학생회장은 “고등학생들만 해도 성에 대한 노출이 심한 상황에서 성을 금기시해 음지로 밀어내기보다는 양지로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행사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대구대 총학생회, 한남대 총학생회 등도 콘돔을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보건복지부 생명사랑서포터즈는 대학로, 신촌, 건대 등지에서 ‘콘돔은 생활필수품’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 문화 개방은 이미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척된 상태”라며 “이런 행사들이 개방된 성 문화의 물꼬를 올바른 쪽, 책임감을 부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