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측 “전력수급 위해 공사재개 불가피”
주민측 “생존권 무시한 공사강행 막을 터”
[헤럴드경제=윤정희(밀양) 기자] 8개월간에 걸쳐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측이 대화를 진행해온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 현장은 한국전력공사측이 20일부터 송전탑 건설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전측은 겨울철 전력수급을 위해 더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면서 밤을 세워서라도 올 연말까지 나머지 52기 송전탑 공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이 같은 입장 발표로 송전탑 공사현장인 밀양시 부북면과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전날인 19일에도 마을 입구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이나 마을회관 등에 모여 앞으로 벌어질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전이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주민들은 몸으로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업체 인부들이 공사장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전력 대란을 마치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 탓인 양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주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위는 앞으로 한전의 공사 재개 움직임에 맞서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전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경남 밀양지역 76만5000볼트 송전탑 공사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전은 호소문에서 영남지역 전력 수급난을 해결하고 동계 전력수급 안정 등 시급성을 고려해 더는 공사를 미룰 수 없어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추진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송전선로 주변의 현실 보상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전은 반대 주민들이 요구하는 765㎸ 송전선로 지중화는 아직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며, 전압을 345kV로 낮춰 지중화하더라도 공사 기간은 10년 이상, 비용은 약 2조7000억원이 들어 당장 전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주민들이 제시한 대로 기존 노선을 증용량 전선으로 교체하더라도 신고리 3호기를 정상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전력수급 안전의 시급성을 고려해 야간 공사를 해서라도 오는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일터로 차질없이 내보낼 수 있도록 건설공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사를 재개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반대 주민과의 대화와 합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경남 밀양 ‘765㎸ 송전탑’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ㆍ밀양시ㆍ창녕군 등 5개 시ㆍ군을 거쳐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90.5㎞ 구간에 설치되는 것이다. 현재 전체 161기의 송전탑 중 109기가 건설돼 공정률은 74%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2010년까지 나머지 52개의 송전탑을 모두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월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자살하는 등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공사가 중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