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든 회사가 ‘오너’들이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너 못잖게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빈틈없고 야무지게 업무를 처리하며 ‘총수’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는 이들이 있다.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협) 의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석채 KT 회장(이상 재계순위 순) 등 ‘전문 경영인 3인방’이다.
김 의장은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SK의 수장(首長)으로 SK 최고 의사결정지구인 수펙스(SUPEXㆍSuper Excellent)협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 현재 SK에 재직 중인 임직원 중 입사 기수가 제일 빠른 최고참이다.
김 의장은 SK의 새로운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 가동에 따라 그룹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관할한다. 그는 ‘큰 형님 리더십’으로 오너 부재는 물론 한ㆍ중ㆍ일 권력교체, 미국 재정절벽 등 유례 없는 격동기 속에서도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도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김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 정부의 창조경제와 미국 정부의 국가혁신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 결과로 글로벌 경제가 새롭게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도 노력하겠다”며 오너 총수들 사이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서 연임됐다. 총수가 없는 포스코의 사정 상 정권에 따라 CEO가 바뀌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성과를 실현했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베트남 냉연공장 준공, 인도네시아 제철소 착공 등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정 회장의 연임에 힘이 됐다.
이제 정 회장은 창조경제의 주요 덕목 중 하나인 상생의 실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의 생산성 향상ㆍ혁신 프로그램인 ‘QSS’를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협약식을 갖는 등 ‘중기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철강제조 부산물을 재활용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골몰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공무원(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 답지 않은 추진력으로 KT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뚝심은 KT를 비난 섞인 ‘공룡’ 기업에서 지금의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2009년 취임 초 이 회장은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6000여명을 줄였고 KT와 KTF의 합병을 두 달만에 끝냈다. 또 같은해 말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오며 스마트폰 혁명을 이끌었다. 수십년간 KT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을 버리고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갈아입은 것도 그의 판단이었다.
지난 1월에는 숙원이었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성공, 2015년(예정)부터 1군 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KT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탈(脫) 통신’의 기치를 내걸고, ‘빅 테크테인먼트(BIC Techtainmen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이룬 데에는 이 회장의 의지가 한 몫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k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