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갑의 횡포에서 을의 눈물로 이어지는 불공정 관계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슈퍼갑’ 재벌·대기업의 횡포로 피해를 입은 남양유업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과 빚독촉을 견디지 못한 주류업체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사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A(44)씨가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연탄을 피워 자살했다.
자살 전 A씨는 달련 4장의 뒷면에 대리점 영업과 관련,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A씨는 “10년을 본사에 충성하고 따랐는데 대리점을 운영하며 늘어난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권리금)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주류 대리점업)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판촉)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며 ‘슈퍼갑’이었던 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해온 A씨는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께부터 막걸리판매를 강요받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당시 이씨는 신제품 판매를 위해 냉동 탑차 3대를 각각 2000만원에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 돼 적자가 쌓였고 이에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상면주가 밀어내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배상면주가 한 관계자는 “A씨가 숨진 것은 유감이지만, 물량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고 빚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한 적이 없다”며 “매출 부진에 집안 우환으로 채무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는 한때 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 월 1200만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업계의 밀어내기는 악명이 높다. 주류회사가 주류유통면허를 가진 도매상에 물건을 보낸 뒤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적이 나오는 월말이 되면 도매상에 물건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잘 나가는 술에 끼워 억지로 떠안기는 행태가 만연하다. 결국 도매상은 팔리지 않는 엄청난 물량의 술을 떠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씨가 본사의 제품 강매에 괴로워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