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ㆍ박수진 기자] 박근혜정부 들어 창조경제 화두가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모호하다. 신성장, 새 먹을거리, 미래 융복합으로 상징되는 것 같은데, 방법론은 여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 재계 총수들이 방미때 박근혜 대통령과 조찬간담을 통해 창조경제 당위성에 동조하면서도 ‘창조경제 진입로’를 뚫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뚫어야 할지 공감대는 아직은 확산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창조경제의 길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뿐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대, 이탈리아 보코니대학과 경제추격연구소가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산업주도권의 국가 간 이전과 추격 사이클’ 세미나를 통해서다.
요지는 창조경제의 길은 퍼스트 팔로어(First Followerㆍ발빠른 추격),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ㆍ발빠른 모방) 전략을 접고 무조건 파괴적 혁신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선진국과 선진기술 또는 핵심 업종에서의 1등을 모방하거나 1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뛰어넘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의 업종을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완전히 새롭거나 획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창조경제의 길목에서 헤매고 있는 국내 기업과 정부에 방향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바이오산업 방향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해온 ‘뛰어넘기(Leap-frogging)’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존 기술과 기존의 혁신성을 머릿속에 담아두고는 개구리가 점프하는 것처럼 ‘새영역으로의 도약’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존의 기술을 완전히 잊고, 신기술과 신업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파괴적 혁신’은 국내에서만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력은 입증된다. 새정부가 모델로 꼽는 창조경제의 현장 이스라엘에서 만난 기업인들도 한결같이 파괴적 혁신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그중 이스라엘 최대 벤처캐피털(VC)업체 중 하나인 마그마의 야할 질카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창업(Start-Up)국가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파괴적 혁신에 기인한다”며 “창조경제는 기존 인식이나 개념을 완전히 바꾸며 앞의 기술을 무시하고 한단계, 두단계, 나아가 세단계 새롭게 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시사점은 재계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현재 창조경제 본격화를 위해 줄달음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의 창조경제 화답과 실행 다짐이 재계 실무진으로까지 전달되면서 창조경제 실행은 본격화되는 움직임이다. 삼성의 창조경제 펀드 조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LG그룹의 이공계 인재 육성과 같은 경영 측면에서의 큰 줄기는 이와 연결돼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재계의 방미관련 브리핑을 통해 “재계가 창조경제에 공감하면서 실천의지를 다진 것을 계기로 창조경제 발굴과 접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며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를 연결해 국가경쟁력에 기여하는 방법론이 공동으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창조경제의 제1 키워드는 ‘여태까지 없었던 창조적 발상’을 뜻하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재계의 창조경제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