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주말극 ‘출생의 비밀’…재미·감동의 재발견
청순가련형 벗은 ‘1인3역’성유리 순수한 캐릭터와 하나된 유준상 점차 발전하는 주인공 연기궁합
밝고 빠른 전개속 진한 페이소스 제목서 풍기는 ‘막장티’걷어내고 갈수록 궁금증 더하는 이야기로
SBS 주말극 ‘출생의 비밀’. 제목만 봐서는 얼핏 상투적이고 막장적 드리마 한 편이 방송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 그런 편견을 가진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궁금하고 예사롭지 않은 드라마라는 점이 조금씩 드러난다. 프롤로그격인 1~2회를 지나 3~4편에 접어들면서 제목이 주는 편견이 점점 걷어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빠른 전개와 몰입도를 올려주는 배우들의 연기, 갈수록 극 전개과정과 내용에 대해 생기는 궁금증이 드라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김규완 작가는 막장드라마를 쓸 작가는 아니다. ‘피아노’ ‘봄날’ ‘신데렐라 언니’ 등 전작들은 꽤 무겁다. 무겁지만 페이소스가 있다. 그래서 웃으면서 눈물 나는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은 김 작가 작품 중 가장 밝다. 주인공인 성유리(정이현), 유준상(홍경두)과 함께 김종혁 PD를 촬영장인 제주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 궁합도 좋은 편이다.
드라마는 살기 힘들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두 남녀가 자살포인트에서 만나 죽음을 포기하고 함께 사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그런데 여자는 기억장애를 일으켜 남자와 살았던 기억과 출산의 기억이 없다. 청주에서 조그만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남자(유준상)는 여섯살짜리 딸 홍해듬(갈소원)을 데리고 여자를 찾아가 “내가 너 남편”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귀한 여자가 돼버린 성유리는 당황스럽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국민 남편’ 방귀남을 맡았던 유준상은 인생의 큰 진폭을 겪으며 살아가는 홍경두 캐릭터에 폭 빠져있다. 홍경두의 바보 같으면서도 순수한 사랑과 뜨거운 부성애가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유준상은 “캐릭터에 너무 몰입돼 있는 것 같다. 재미있다. 연습하는 것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유리도 유준상에 대해 “긍정적 에너지가 있다. 나한테 전염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면서 “준상 오빠는 슬프거나 억압된 감정이 즐겁게 표출될 때가 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나타나기 힘든 느낌이다”고 전했다. 유준상은 “TV로 보면 ‘저게 나였나’ 할 정도다. 캐릭터가 주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면서 “김규완 작가의 다크한 점이 좋다. 밝은 데 있다가 어두운 곳으로 가는 그 느낌이 좋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기대된다. 이런 아름다운 여자(성유리)와 살 수 있게 될까가 특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1인3역 연기를 보는 것 같다. 자살을 감행하던 때와 정신을 잃었던 17세, 그리고 정신을 차린 27세 이후, 이 각각 다른 세 가지 캐릭터 연기를 매끄럽게 해내고 있다. 성유리는 “저 역시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이 궁금하다. 9년은 주위사람으로부터 전해들어 어느 정도 꿰어 맞췄는데 1년간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기간이 유준상 오빠가 나와 함께 살며 아이도 낳았다고 말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면서 “현재의 나라면 선택했을 것 같지 않은 남자여서 궁금증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성유리는 “상대배우와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나중에 경두라는 남자와 사랑이 싹틀 텐데 이게 가능할까. 이 남자에게 짠한 감정이라도 느껴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하는데 준상 오빠의 얼굴을 보는데 너무 짠하더라. 연기를 안해도 준상 오빠가 주는 뭔가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유준상과의 연기 합이 좋다는 점을 전했다.
성유리는 지난 10년간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주로 맡았지만 실제 밝은 성격이 아니다. 어두운 성격의 마이너 캐릭터를 독립영화에서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결혼하지도 않은 여배우가 30대 엄마역을 미리 할 필요가 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이런 캐릭터는 다음에 만나기 힘들 것 같았다”면서 “도전하는 연기를 통해 내 속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다. 시청률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체감인기는 좋은 편이다”고 전했다. 성유리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다. 이번에는 캔디나 미소녀 이미지를 탈피해 여인의 향기가 난다.
유준상과 함께 충청도 사투리를 맛갈나게 구사하는 8살 딸 갈소원의 뛰어난 연기도 이 드라마의 인기 요소다. 소원의 매니저인 이모는 “대사를 암기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듯이 상황을 이해하도록 2번만 하면 대사를 거의 완전히 익힌다”고 전했다.
김종혁 PD는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가는 게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은 무엇인지를 이 드라마가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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