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애인 여성은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엔 더욱 그랬다.

일례로 지적장애 3급인 A 씨는 남들만큼 외출을 자주 하지 못했다. 대신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곳에서 2012년 5월 A 씨는 한 남성을 알게 됐다. 남성은 “전혀 장애가 있는 것 같지 않고 정말 친절해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말도 했다. 마음을 열게 된 A 씨는 남성을 만났지만, 살갑던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 A 씨는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228건이던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2012년 656건으로 늘어났다. 5년 만에 20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A 씨의 경우처럼 지적장애 여성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장애유형별 성폭력 상담현황을 보면, 장애인 성폭력 상담의 70% 이상이 지적장애 여성이었다. 이들 통계는 장애인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력 수준이 어느 정도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장애 여성 대상 성범죄 통계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동안 숨기기에 급급했던 장애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터져나오기 시작한 장애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교육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애인단체 중심으로 성범죄는 즉시 신고를 해야 하는 범죄라는 인식을 높여야 하며, 신고를 하면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야 한다.

관련 시설 확충도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장애인 여성 성범죄 피해자를 상담하는 원스톱 지원센터는 서울 지역에 3개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 여성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이 편해지면 일반인도 편해진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확인되어 왔다. 보다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