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일삼는 중국인들. 베이징 공안국은 지난 6일부터 이런 시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엄벌방식은 시행 초기,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北京) 시가 무단횡단에 대한 벌금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이른바 ‘중국식 길 건너기(中國式 過馬路)’가 전국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식 길 건너기’란 중국인들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일삼는 것을 표현한 단어다.
중국에서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웨이보에 실린 한 사진을 계기로 갑자기 유행어가 됐다. 사진에는 사람, 자전거, 삼륜차, 게다가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까지 뒤섞여 차들이 질주하는 대로를 느긋하게 건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CCTV가 무단횡단 실태에 대한 취재에 나서면서 ‘중국식 길 건너기’는 뜯어고쳐야 될 악습 중 하나가 되었다.
만연된 무단횡단을 어떻게 단속하느냐가 이제 각 대도시들의 난제가 된 가운데 베이징 시는 벌금부과 쪽을 택하면서 ‘중국식 길 건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베이징 공안국은 한 달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6일부터 신호등을 지키지 않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길을 건너는 시민들에게 벌금을 물리고 있다. 행인은 10위안(약 1800원), 자전거는 20위안씩 모두 현장에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엄벌 방식은 시행 초기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실제로 많은 보행자가 규칙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미 강력한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은 현재의 교통환경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로 벌금을 물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중국식’이 어디 무단횡단 하나뿐이겠는가. 찾아보면 ‘중국식 악폐’는 여기저기 널려 있다.
줄 지어 있는 열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드는 ‘중국식 새치기’,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인도에 버젓이 차를 대놓는 ‘중국식 주차’ 등은 규범과 양심을 무시하는 중국인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유행어다. 정부 실정(失政)에 대한 ‘중국식’도 많다. ‘중국식 도시 건설’은 도시 발전의 합리성을 무시하고 맹목적으로 도시의 규모만을 확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 같은 ‘중국식’은 자동차 사회, 도시화 확대, 경제모델의 전환 등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낸 숙제들이다.
바람직한 것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식’에 대한 개탄과 자성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간다는 점이다. 언론매체들도 앞장서 고질병처럼 굳어진 자신들의 환부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 정부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를 본다면 변화의 날도 멀지않을 듯싶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후 베이징 시가 10여가지 악습타파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을 때 대다수 사람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침을 뱉거나 여름철에 웃통을 벗고 다니는 행태는 상당히 개선됐다.
한국보다 훨씬 더 압축성장을 한 나라가 중국이다.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역시 그랬다. 지금은 중국이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미래에 ‘중국식’이 중국 사회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나타내는 단어로 바꿔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때 “중국은 변했는데 우리는 뭘 했나”라는 자성이 나오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