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차가 없는 이도 그 위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포르셰 카레라 GT. 출발해서 단 3.9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수퍼카다. 그 가격은 무려 7억여원. 5.6km 당 1리터를 쏟아부어야 하는 극악의 연비는 별도로 감안해야 한다. 3억원대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불과 3.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초고성능의 수퍼카를 반드시 속도를 다투는 차량 경주에 쓰란 법은 없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 일가는 실제 이같은 차종을 포함해 여러 대의 해외 명품차를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비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재계의 큰손이나 재벌그룹 오너, 유명 연예인들이 몰고 다니는 고가의 수입차는 곧잘 인구에 회자된다. 번쩍번쩍한 수억원대 외제 차는 부의 상징이란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생활 수준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하는 지표쯤으로 여겨진다.

배우로선 잊혀져가고 있는 진재영 씨가 한두 해 전 하얀색 람보르기니 옆에 선 사진과 페라리에 탑승한 사진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그 차가 진 씨 소유인지, 진 씨 부업인 쇼핑몰 사업이 얼마나 잘 되는지 궁금해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애마였던 벤츠 마이바흐 62S를 한류 배우 배용준 씨도 타고 다닌다는 소식엔 그가 한 해 벌어들이는 매출과 기부금 규모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터다.

9전10기로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했다는 헐리우드 스타 이병헌 씨가 아우디 A8, 벤츠 SL600을 거쳐 현재 2억원대의 영국 수퍼카 벤틀리 컨티넨털 GT를 몬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한류 배우 송승헌 씨도 벤틀리를 애마로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에 서민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대개는 수긍한다. “탈 만한 사람이니까 타겠지.” 이런 사회 풍조 덕에 존경받는 사회 지도층 인사와 대기업 주요 인사들의 해당 차를 타는 것만으로 해당 차의 메이커는 돈 한푼 안들이고 커다란 홍보효과를 누린다. 공짜로 ‘셀러브러티 마케팅’ 효과를 보는 셈이다.

하지만 차를 모는 자의 행실에 범죄나 부도덕과 같은 부정적 요소가 개입하는 순간 차는 졸부의 상징으로, 심지어 장물로 전락하고 만다. 사회면을 종종 장식하는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건엔 그들의 고급 차량도 함께 언급되며 눈총을 받기 일쑤다.

횡령, 배임 혐의가 속속 드러나던 와중 회사 돈으로, 회사 명의로 수퍼카를 리스해 업무 외 ‘뽐내기’ 용도로 애용한 담 회장에게 사회적 비난이 가해졌던 것은 단적인 예다. 불법대출과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의 드러난 졸부 행각 중 하나는 그의 아들이 광란의 음주 운전사고를 낼 때 벤츠를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회사 명의로 리스한 차량이었다.

변호사가 기혼 여검사를 흠모해 선의로 제공했다는 벤츠 차량이 해당 검사의 아이덴티가 돼 버린 ‘벤츠 여검사 사건’ 도 명품 차의 대표격인 벤츠에겐 일종의 수난일 수도 있다.

수입차를 소유한 사람은 표적 세무조사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수입차 구입은 외환낭비이자, 사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한 때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법인 명의 리스를 통한 변칙 탈세를 잡겠다고 과세 당국은 벼르고 있다. 국내 판매된 수입차 중 40% 이상이 법인의 리스 방식으로 구입됐다는 통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자칫 망신 당할 위험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애꿎은 그들의 고급 외제차 역시 당분간 이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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