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은 한 마디로 끼가 넘치는 배우다. 작품 속 애드리브가 넘쳐나고,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해운대’의 오동춘이 그랬고 ‘방가?방가!’의 방가가 그랬으며 ‘마이웨이’ 종대가 그랬다.
최근에는 ‘타워’,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특유의 코믹 연기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 그가 이경규가 야심차게 내놓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으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 역시 김인권의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오로지 가수의 꿈을 안고 사는 봉남으로 돌아온 김인권을 최근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인권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원래는 컨트리가수였던 봉남을 댄스가수로 바꾸고, 캐릭터에 온전한 색을 입혔다.
“감독님이랑 얘기하면서 댄스가수로 바꿨죠. 곡도 싸이의 ‘챔피언’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고요. ‘친구야 너는 아니’는 애초부터 있던 곡이었어요. ‘챔피언’은 제 노래 실력을 커버할 수 있는 곡이었죠.(웃음)”
그는 이어 “제 특유의 생활연기와 류현경이라는 훌륭한 배우가 아내 역을 해주기 때문에 더 힘이 났다. 무엇보다 봉남 캐릭터를 통해 이경규 선배님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연기했다”며 웃어 보였다.
봉남은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캐릭터다.
“한 마디로 꿈꾸는 방랑객이죠. 봉남의 캐릭터는 박상철 선배님과도 많이 닮아 있어요. 실제로 박상철 선배님이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뒤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고요. 봉남은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캐릭터죠. 또 예전에 잘 나갔던 분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봉남의 모습은 과거 김인권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길고 긴 무명시절을 겪은 그는 아내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저 또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니니까요. 어느 장면이다 딱 말할 순 없지만 제 삶의 경험이 많이 녹아있는 것 같아요. 힘들 때마다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정말 고마운 사람이죠.”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배우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죠. 지금은 세상과 타협하는 김인권이라면 과거에는 연출을 하고 싶었던 꿈이 있기도 했어요. 돈 1500만원을 털어갈 정도로 열정이 있었죠. 사실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거든요.”
즐기면서 촬영한 김인권이 직접 제안한 애드리브는 무엇이 있을까.
“무대에서 입는 스타일이나 그런 것은 제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그 전에는 정말 그냥 촌스러운 시골 촌뜨기 패션이었죠. 감독님은 항상 열려 있는 분이에요. 나이도 굉장히 젊으시고요.(웃음) 얘기가 참 잘 통해서 편했죠. 오버하는 듯한 느낌이 나지 않도록 감독님이 많이 눌러주시기도 했죠.”
‘전국노래자랑’은 등장 캐릭터들의 사연이 제각각이다. 모두가 모여 울거나 의기투합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신파가 없다.
“물론 모두가 모여 연기하는 장면이 없어 아쉽기도 했죠.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친구야 너는 아니’를 부를 때 함께 모이는 연기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지만 감독님이 그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감독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신파’로 끝났을 텐데, 이게 훨씬 현실적이고 공감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김인권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다음 작품인 ‘사도’는 완전히 달라요. 아마 제가 갖고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뭐 제가 무비스타라는 아우라를 풍겨주길 바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그런 분들은 많잖아요? 그래서 딱히 욕심은 없어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아, 근사한 김인권이 출연하네’ 이런 칭찬을 들을 날도 오겠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살아가고 싶지는 않단다. 그저 배우 김인권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었다.
“배우의 삶을 산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상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또 내려와야 하는 거잖아요. 그저 날마다 새로운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을 뿐이죠. 또 아무래도 이제는 배우가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더 겸손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