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게 꿈입니다.”
포부에 대한 답은 주저가 없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16일 개봉)의 촬영감독을 맡은 전용덕(43)은 한 작품의 감독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고 했다. 디즈니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쌍벽을 이루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6개월차 ‘신입사원’ 시절이었던 2003년에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그는 상사에게 가서 “팀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갓 입사한 아시아계 청년의 겁없는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뜬 영화 프로듀서는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미국에서의 경력은 보잘 것 없었던 전 감독은 동생을 둔 둘째아들로서의 책임감부터 한국에서 대학(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전공) 시절 과대표, 학생회장 경험까지 시시콜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설득했다.
전 감독은 그로부터 꼭 2년후 세계적인 흥행작 ‘쿵푸팬더’의 팀장급 스탭(레이아웃)이 됐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30~40년간 활동했던 베테랑 동료의 이야기가 그에게 용기가 됐다. “할리우드에선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이었다. 전 감독은 현재 드림웍스의 레이아웃 팀장을 맡고 있으며, ‘쿵푸팬더’ 시리즈와 ‘슈렉 포에버’의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다.
“전작들을 끝내고 나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크리스 샌더스 감독과의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습니다. 감독과 논의 하면서 다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해 사실적으로 촬영하자는데 뜻이 맞아 ‘크루즈 패밀리’를 하게 됐습니다.”
거의 모든 제작과정이 컴퓨터 디지틀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애니메이션에서 촬영 감독은 어떤 역할을 할까?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카메라 캡처나 모션 캡처 방식도 있지만, 대부분 컴퓨터 속 가상 공간의 카메라를 조작해 화면을 연출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소프트웨어 안에 있는 카메라는 실제 카메라와 똑같이 다양한 렌즈와 조리개값을 갖고 있습니다.”
‘크루즈 패밀리’는 지각변동으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으며 폭발이 끊이지 않는 선사시대, 한 가족의 모험담을 담은 작품이다. 가장인 아빠 ‘그루그’는 동굴만이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두려움만이 생명을 보존하게 하며, 새로운 것은 위험하다고 믿지만, 딸 ‘이프’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렬한 호기심을 갖고 바깥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소녀다. 이프가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소년 ‘가이’를 만나 태양이 비추는 새로운 내일을 향해 떠난다. 원시의 환상적인 풍경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매력적인 이야기와 ‘동물의 왕국’의 사실성 및 ‘아바타’ 같은 판타지가 공존하는 영상이 뛰어나다. 전용덕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한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액션과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남미의 원시림 같은 웅장한 자연 속에 갖가지 진기한 상상 속 동물이 뛰어노는 스펙터클을 탁월하게 구현했다.
전 감독은 한국에서 대학졸업과 광고회사(금강기획)를 거쳐 1997년 도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과정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 프로덕션에서 일을 했으나 회사 부도와 정리 해고 등을 겪었고, 2003년엔 드림웍스에 입사지원을 했으나 한차례 떨어진 후 몇 개월만에 다시 부름을 받아 지금까지 왔다. 동종계통의 한국 회사와 비교할 때 할리우드에서의 처우는 어떠냐는 질문에 “할리우드의 영상, 게임 회사의 경우 대졸 초임이 4만~5만 달러 수준”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전용덕 촬영감독의 차기작은 드림웍스의 새 프로젝트 ‘부’(Boo)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